코로나19 유행기 서면으로 정관 변경…대법 "중대한 하자"

사단법인 정관상 근거가 없는 서면 결의는 무효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더팩트 DB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사단법인 정관상 근거가 없는 서면 결의는 무효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회원 A 씨 등 5명이 사단법인 한국지체장애인협회를 상대로 낸 임시 대의원 총회 결의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며 협회의 상고를 기각했다.

협회는 2020년 12월 임시 대의원 총회를 서면으로 진행해 회장 연임을 1회로 제한하는 조항을 삭제하고 이 효력을 제안 당시 임원부터 발생하도록 하는 부칙 조항을 신설하는 정관 변경 안건을 의결했다. 이후 7,8대 회장이었던 B 씨는 단독 후보로 입후보해 9대 회장에 당선됐다. 일부 회원들은 이 의결은 절차상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원고 패소 판결했으나 2심은 승소로 뒤집었다.

민법 75조에 따르면 사단법인의 총회 결의는 민법이나 정관에 규정이 없으면 사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사원 과반수로 해야 한다.

재판부는 총회를 소집하지 않은 채 목적사항을 서면 통지하고 단순한 찬반투표만을 서면으로 받아 결정하는 방식은 사단법인 사무 운영에 자신의 의사를 반영하는 사원권의 행사를 제한할 수 있다고 봤다.

법률이나 정관 근거 없이 서면만으로 진행한 총회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것이다.

협회의 정관에도 서면결의 근거 규정은 없었다. 결의 전에 충분한 토의나 설명이 이뤄진 증거도 나오지 않았다.

대법원은 "협회 이사회는 코로나19 상황 등을 이유로 정관 변경을 서면결의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하지만 정관 변경 결의 무렵 다수가 참석하는 총회 개최가 어려운 상황이었는지 명확하지 않다"며 "그러한 상황이었더라도 당시 정관 변경 결의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는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코로나 시기 때 '대면 총회결의'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서면결의'의 형식으로 사단법인의 결의가 많이 이뤄졌지만 법리상 정관에 규정이 없으면 서면 결의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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