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황지향 기자] 경찰이 피의자 조사 과정에서 욕설과 폭언을 하고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불법 수집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피의자 인권을 침해했다고 판단, 재발 방지를 권고했다.
30일 인권위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2018년 10월28일 광주 모 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납치·감금·상해·준강간 등 혐의로 긴급체포된 아들 B 씨 관련 수사를 진행하면서 폭언과 욕설을 하고 CCTV 통합관제센터 영상을 불법 수집해 조작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해당 경찰관들은 "피의자 신문 시 추궁 과정에서 일부 욕설을 한 사실은 있으나 B 씨를 타이르는 정도였고 징계 절차를 거쳐 불문경고 조치를 받은 사실이 있다"고 답했다. 불문경고는 ‘책임을 묻진 않지만 경고 조치한다’는 뜻으로 경미한 잘못을 저질렀다고 판단할 때 내리는 비교적 약한 형태의 징계다.
경찰관들은 또 "CCTV 통합관제센터 영상을 불법 수집한 사실이 없으며 검찰청에 추송한 CCTV 영상을 조작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 조사 결과 경찰관들은 B 씨를 신문하는 과정에서 높은 수위의 욕설과 폭언을 여러 차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변호사가 입회한 상황에서도 욕설을 한 것으로 인권위는 파악했다.
인권위는 경찰관들이 광주시 CCTV 통합관제센터를 방문해 개인 휴대전화로 영상을 촬영, 수집한 사실도 확인했다. 광주시가 관리하는 CCTV 통합관제센터 영상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방문 목적이 기재된 별도의 공문이 필요하지만 해당 경찰서가 관련 영상 제공을 요청한 문서는 없었다.
인권위는 "강압수사, 변호인 무시 등 인권침해 사실이 확인됐는데도 경찰이 내부 경고 조치로 사안을 종결했으며 불법적으로 증거를 수집했다고 볼 여지도 있다"며 "비록 시간이 다소 지났더라도 수사 과정 전반에서 인권보호 방안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영상 조작 의혹을 두고도 "경찰에 CCTV 영상을 제공한 참고기관은 흑백영상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며 "경찰이 검찰에 제출한 흑백영상은 사건 현장 확인을 어렵게 하기 위해 컬러영상을 흑백으로 전환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광주경찰청장에게 소속 경찰관 전체를 대상으로 직무교육을 실시하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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