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무법자' 전동킥보드…가해자 10명 중 4명이 10대


무면허·음주운전·2인 탑승 범칙금에도 유명무실
입법도 지지부진…"속도 제한으로 위험 낮춰야"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서 중학생 3명이 킥보드를 함께 타고 이동하고 있는 모습. /인천=이덕인 기자

[더팩트ㅣ김시형 기자] #1. 지난 20일 휴가 중이던 20대 군인 A 씨가 광주에서 음주상태로 전동킥보드를 타다가 버스와 부딪쳐 사망했다. 당시 킥보드에는 A 씨 외에도 한 명 더 탑승한 상태였으며, 이들 모두 헬멧 등 안전장비는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2. 지난달 8일에는 경기 고양시 일산호수공원에서 여고생 2명이 면허 없이 전동킥보드를 타다 산책하던 부부를 덮쳐 60대 여성이 사망했다. 경찰은 여고생들을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최근 전동킥보드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무면허는 물론 안전모 미착용, 2인 이상 탑승, 음주운전 등 안전수칙을 무시한 사고로 사망자도 늘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9일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개인형 이동장치(PM) 사고는 2019년 447건에서 2020년 897건, 2021년 1735건, 2022년 2386건, 지난해 2389건으로 매년 늘고 있다. 같은 기간 사망자 수도 3배나 늘었다. 2019년 8명, 2020년 10명, 2021년 19명, 2022년 26명, 지난해 24명이 전동킥보드 사고로 사망했다.

특히 가해자가 10대인 경우는 2021년 549건, 2022년 1032건, 지난해 1021건 등 전체의 약 40%로 가장 많았다. 경찰청에 따르면 무면허 전동킥보드로 적발된 10대는 2021년 3531건, 2022년 1만3365건, 지난해 2만68건으로 매년 가파르게 급증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 사고는 2019년 447건에서 2020년 897건, 2021년 1735건, 2022년 2386건, 지난해 2389건으로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더팩트 DB

도로교통법상 전동킥보드 등 PM 운행을 위해서는 원동기 이상의 운전면허가 필요하다. 원동기장치 자전거 운전면허는 125cc 이하의 오토바이를 운전할 수 있는 면허로 만 16세부터 면허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안전모 착용도 의무화돼 있으며 무면허 운전, 2인 이상 탑승, 음주운전 등은 범칙금 부과대상이다. 안전모 미착용 시 2만원, 2인 이상 탑승 시 4만원, 무면허 운전 시 10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문제는 현행법상 허점이 많다는 것이다. 공유킥보드 업체들은 운전면허 소지 여부를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있다. 모 공유킥보드 업체 어플리케이션(앱)에 접속하면 별도의 운전면허 등록 없이 킥보드 대여가 가능하다. 또 다른 업체 앱에서도 운전면허가 필요하다는 안내 문구만 있을 뿐 제대로된 인증 절차를 거치지 않고 킥보드를 대여할 수 있다.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020년 국토교통부가 PM을 임차하는 자의 운전자격 확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고 PM 사업자가 해당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개인형이동장치 안전 및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PM산업협회장)은 "헬멧 착용이 의무지만 킥보드를 탈 때마다 일일이 착용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커 대부분의 이용자들이 지키지 않는다"라며 "시속 15km 정도 속도 제한이 헬멧 착용보다 현실적으로 사고 위험을 훨씬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동킥보드의 위험성을 잘 모르는 10대들에게 집중교육을 실시해야 하고 현행법처럼 기존의 도로교통법에 끼워 맞춘 것이 아닌 PM만을 위한 새로운 법안, 현실에 맞는 제도 신설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경찰청은 다음 달부터 두 달간 안전모 미착용, 무면허 운전, 2인 이상 탑승 등 주요 안전수칙 위반 행위 집중 단속에 나선다. 정부는 현행법상 시속 25km인 PM 최고속도를 시속 20km로 제한하는 시범운영 사업도 12월까지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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