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파장] "차라리 유급이 낫다"…정부 학년제 권고에 대학 고심


대부분 대학 학기제→학년제 전환 주저
의대생 복귀 가능성 낮고 돌아와도 문제

28일 대학가에 따르면 의대를 둔 주요 대학들은 아직 학기제를 학년제로 전환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의대생들의 집단유급을 막기 위해 성적 처리 기한을 다음해 2월까지 미루도록 허용한 정부 방침에도 대학들은 여전히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장혜승·조소현·황지향·김시형 기자]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해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의대생들의 집단유급을 막기 위해 성적 처리 기한을 다음해 2월까지 미루도록 허용한 정부 방침에도 대학들은 여전히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정작 의대생들이 돌아올 생각이 없는데다 돌아오더라도 학습량을 감당하기 어려워 유급 처리가 낫다는 의견도 나온다.

28일 대학가에 따르면 의대를 둔 주요 대학들은 아직 '학기제'를 '학년제'로 전환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부는 지난 10일 '의과대학 학사 탄력운영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올해 교육과정 및 평가 운영을 학기 단위가 아닌 학년 단위로 전환할 것을 권고했다. 학교를 떠난 의대생들의 대규모 유급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학기제 대신 학년제로 전환할 경우 성적 처리 기한은 1학기 말이 아닌 학년도 말인 다음해 2월 말로 연기된다. 통상 유급 여부는 학기 성적을 기준으로 결정돼 왔다.

다만 학년제 전환을 검토만 할 뿐 결정한 대학은 없는 상태다. 서울대는 1학기 성적 처리 기한을 10월 말로 미루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성균관대 역시 1학기 전공과목을 2학기에 추가 개설해 온라인 수업을 병행하는 방안, 진급 및 졸업 사정 위원회를 학기 말 2회 소집에서 학년 말 1회 소집으로 변경하는 방안 등을 준비 중이지만 학년제 도입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의대생들이 돌아오더라도 학습량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유급 처리가 낫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새롬 기자

이화여대는 지난 12일 학칙 개정을 통해 학년·학기와 관련된 조항에 '총장은 학사운영상 필요한 경우 각 대학(원)이 학기 구분 없이 교과과정 운영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의 단서규정을 추가했지만 아직 학년제 시행을 결정하지는 못 했다. 당장 시행하기 보다는 학생들이 복귀할 경우를 대비해 미리 규정을 손봤다는 게 이화여대 측 설명이다.

동국대도 한시적으로 예과 2학년까지 학년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 결정 전이다. 건국대 역시 1학기가 종료되는 8월 말 온라인 강의 이수율을 보고 추가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연세대와 고려대, 중앙대 등도 관련 사항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이 학년제 전환을 고심하는 이유는 정부의 대책 마련에도 의대생 복귀 가능성이 낮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의대생들이 돌아오더라도 학습량을 감당하기 어려워 유급 처리가 낫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대학 관계자는 "교육부에서는 주 단위 시간을 줄여서 실습을 하라고 얘기하는데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이 정한 주당 시간이 있다"며 "특히 실습생들의 경우에는 해결책이 없다. 물리적 시간이 확보되지 않을 것 같아서 차라리 (유급하고) 다음 해 다시 수업을 듣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 관계자도 "새로운 것을 만들 상황이 아니다"라며 "지침을 바꾼 게 없다"고 전했다.

결국 의대생들 대규모 유급 사태는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까지 학교에 복귀한 의대생들은 극소수로 전해졌다.

한 의대 교수는 "의대생들이 돌아올지 잘 모르겠다"며 "3, 4학년 본과생들은 지금 복귀한다고 해도 학습량이 너무 많아서 공부를 소화하지 못할 것 같다. 실습도 해야 하는데 (수업일수를) 컴팩트하게 줄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올해 의대생들 대규모 유급은 불가피할 것 같다"며 "의대생들이 휴학계를 냈기 때문에 휴학 처리를 해야 한다. 다만 유급이 된다면 사회적으로 신규 의사들이 배출되지 않을테니 그게 가장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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