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이모' 온다는데…비용·업무 범위 '산 넘어 산'


고용부·서울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시작…다음달 6일까지 이용가정 모집

고용노동부와 서울시는 다음달 6일까지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서비스 이용신청을 받고 있다./더팩트DB

[더팩트ㅣ세종=박은평 기자] 다음달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이 국내에 들어온다. 심각한 저출생 원인으로 꼽히는 '육아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내국인 돌봄 인력이 감소하고 고령화되면서 돌봄 인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정부가 외국인력 도입에 나선 것이다. 돌봄 문제가 해결될 것이란 기대도 있지만 명확하지 않은 업무 범위와 높은 비용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 다음달 100명 입국...9월부터 본격 서비스

고용노동부와 서울시는 다음달 6일까지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서비스 이용신청을 받고 있다.

정부가 인증한 '가사근로자법'상 서비스제공기관에서 직접 고용한 외국인 가사관리사가 가정에 출퇴근하면서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외국인 가사관리사는 필리핀 정부가 공인한 관련 케어기버 자격증(780시간 이상 교육 이수) 소지자 중에서 영어‧한국어 등 어학능력 평가, 건강검진, 범죄이력 확인 등 신원검증을 거쳐 100명이 선발됐다.

이들 가사관리사는 8월경 입국 후 4주간의 한국문화, 산업안전, 직무 관련 교육을 거쳐 9월 초부터 서비스를 본격 제공할 예정이다.

서비스 이용을 신청하는 가정은 파트타임과 풀타임 등 가정의 상황에 맞게 아동돌봄 및 가사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월~금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시간제(4, 6시간)와 종일제(8시간) 중 선택해 이용할 수 있다. 주 근로시간은 법에 따라 52시간을 넘길 수 없고, 통근형만 가능하다. 최장 6개월 동안 이용할 수 있다

가구 구성원 중에 만 12세 이하의 아동, 또는 출산 예정인 임신부가 있는 서울시민 중 한부모, 다자녀, 맞벌이 등을 우선적으로 이용자로 최종 선정할 예정이다.

◆ 최저임금 적용 풀타임 200만원대 '부담'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임금은 최저임금이 적용될 예정이다. 이들은 실제 근무한 시간에 따라 급여를 지급받는다.

이용가정 부담액은 시간당 최저임금(9860원)과 4대 사회보험 등 최소한의 간접비용을 반영, 1일 4시간 이용가정 기준으로 월 119만원이다. 이는 공공 아이돌보미 시간제 종합형 월 131만원에 비해 9.2%, 민간 가사관리가 월 152만원에 비해 21.7% 저렴하다.

8시간 풀타임으로 이용할 경우 230만원대로 경제적 부담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또 내년 1월부터는 시간당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7%오른 1만30원으로 부담금액이 더 커진다.

32개월 자녀를 둔 워킹맘 A씨는 "평범한 맞벌이 가정에서 한달 100만~200만원은 상당히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또 비슷한 비용이라면 한국인을 채용하는 것이 더 안심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필리핀 가사관리사와는 별도로 법무부는 국내 체류 외국인력이 가정과 직접 계약해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범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가사 사용인 형식으로 계약을 체결하면 최저임금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은 "최저임금을 비롯한 노동법을 적용하지 않고 개인 간 거래라는 비공식시장을 확대하려는 시도"라고 반발하고 있다.

◆ 동거가족 서비스 '논란'…체크 리스트 실효성 의문

업무 범위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공고문에 아이의 동거가족을 위한 부수적이고 가벼운 가사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데 그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현재 시범사업 방안에는 여전히 이주 가사노동자의 업무 범위가 명확하지 않고 인권 대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고용주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다른 일을 시킬 가능성이 높고 이주노동자 입장에서는 이를 거부하기 어려워서 갈등이 발생하거나 부당하게 노동이 강요될 수 있다"며 "직무를 상세하게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용부는 "필리핀 가사관리사는 청소, 세탁 등 육아와 관련된 가사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동거가족에 대한 가사업무를 부수적으로 수행할 수 있으나, 이용계약에 사전에 명시된 업무를 수행한다"며 "이용자가 직접 임의로 업무지시를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서비스 제공기관과 이용자 간 서비스 이용계약 작성 시 업무 범위의 세부 내역을 체크리스트 형태로 구비해 명확히 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실제 가정에서 업무 범위를 놓고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실적으로 다양한 집안 일 모두를 규정에 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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