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시형 기자] 지난해 7월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순직 사건 1주기를 맞아 교사들이 거리에 나와 국화를 들었다. 이들은 쏟아지는 장맛비 속 거리행진을 벌이고 합동 분향소를 설치하는 등 고인을 추모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교사유가족협의회는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이초 사거리에서 '순직교사 1주기 선생님을 기억합니다' 추모 걷기 행진을 진행했다. 이날 행진에는 주최 측 추산 약 7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검정색 우비를 입고 검은 리본이 달린 흰 국화를 든채 서이초 사거리부터 서초경찰서까지 걸었다. 손지은 전교조 부위원장은 추모 발언을 통해 "너무 일찍 가신 선생님의 뒷모습을 기억하며, 오랫동안 홀로 겪었을 고통을 잊지 않기 위해 다시 거리로 나왔다"며 "선생님의 고통을 잊지 않기 위해 서초경찰서 앞까지 전진해 악성 민원 관련 엄정 수사를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희영 전교조 위원장은 서초경찰서 앞에 도착한 후 "고통을 호소하며 죽어간 사람은 있는데, 고통을 준 사람은 없다고 한다. 7개월 만에야 순직이 인정됐으나 선생님을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의 진상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며 "수개월의 시간을 들여 수사했음에도 떳떳하게 의혹을 밝히지 못하는 것이 경찰의 실력인지, 의혹을 밝히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집회에 참석한 11년차 교사 신모(48) 씨는 "우리 일이 될 수도 있었지 않았느냐"며 "사건이 일어난 지 1년이 됐지만 교육 현장은 크게 바뀐 게 없는 것 같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나왔다"고 말했다. 지난해 퇴임한 전직 교사 차모(65) 씨는 "저 뿐 아니라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다시는 이런 안타까운 일이 없길 바라는 절실한 마음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도권 고교에서 근무하는 국어 교사 이모(35) 씨는 "1년이 지났지만 학부모들의 폭언 등 악성 민원과 과도한 행정업무에 밀려 교사들이 수업과 교육을 고민할 시간은 여전히 뒷전인 상황"이라며 "서이초 선생님이 돌아가신 후에 애써서 만든 교권 보호 조례 폐지 움직임도 최근에 겨우 막았다. 교권 보호 시스템이 더 두터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위원장은 "사건 이후 국회와 교육부가 호들갑스럽게 교권 대책을 내놓았지만 학교는 변한 것이 없다"며 "하지만 절망하지 않고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교육활동 보호, 공교육 정상화가 이뤄질 때까지 전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오후에는 서울시교육청에서 교육공동체 공동추모식이 열렸다. 전교조를 비롯한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등 6개 교원단체가 공동 주최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따뜻한 눈빛을 가졌던 선생님을 기억한다. 다시 한번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학교 현장의 실질적 변화를 위한 교권보호법의 추가 개정을 최근 제안했고 앞으로도 선생님들과 더 긴밀하게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호 교육부장관도 "선생님의 아픔을 잊지 않겠다는 의지로 학교와 교실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교권보호법을 제정하고 교원 대상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교육감 의견 제출 제도를 도입했다"며 "선생님의 정당한 교육 활동을 보호하는 것이 곧 우리 아이들의 배움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기에 교육 활동을 보호하기 위해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육청 앞에는 분향소도 마련돼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분향소에는 '벌써 1년이 됐는데 앞으로도 기억하겠다',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하고 교육현장이 변화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 '잊지 않겠다. 교육활동이 보호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등 문구가 담긴 동료 교사들의 메시지가 눈에 띄었다.
초등교사노조도 이날 오후 5시부터 서울교대에서 서이초 1주기 추모행사를 진행했다. 같은 시간 서이초등학교 정문에서는 고인을 위한 헌화 행사도 개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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