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황지향·김시형·이윤경 기자] 수련병원들이 오는 9월 하반기 신규 전공의 모집을 앞두고 고심하고 있다. 미복귀 전공의 1만여명 일괄 사직 처리에 의대 교수들 반발이 거세지자 병원들은 전공의 모집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은 사직 처리한 전공의 800여명 중 약 3%에 해당하는 30여명만 뽑기로 했다. 30여명은 일괄 사직 수리와 관련 없는 건강상 이유 등에 따른 결원 규모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하반기 모집은 이번 사직에 따른 결원이 아닌 기존 결원에 대해서만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고려대 의대 교수 비대위는 하반기 모집 인원 신청을 각 진료과에 맡겼다. 병원 측은 예정대로 전공의를 모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교수들은 미복귀 전공의들 자리를 지켜줘야 한다며 모집 규모 최소화를 주장하고 있다.
고려의대 교수 비대위는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1일까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9.4%는 '전공의 모집 공고를 내지 않거나 공고는 내도 선발하지 않아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성모병원 등을 수련병원으로 둔 가톨릭의대 교수들도 사직 처리한 전공의들 빈 자리를 다른 전공의들로 채울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가톨릭의대 교수협 비대위 관계자는 "전체 임상과 일부에서 일괄 사직에 따른 인원을 하반기 모집에 응하지 않겠다는 교수들이 많다"며 "모집 인원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나갈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의대 교수들 사이에서 신규 전공의 모집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다른 병원들도 고심이 크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7월15일 시점으로 무응답 전공의 사직서를 일괄 수리했다"며 "다만 결원이 발생한 전공의들 인원 전부를 (모집에) 신청하진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이화의료원 관계자도 "현재까진 레지던트 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했다.
의대 교수들은 이날도 전공의 일괄 사직 처리에 반발했다. 연세의대 교수 비대위 관계자는 "하반기 모집은 부차적인 문제"라며 "전공의들을 일괄 사직 처리하게 만든 정부에 분개하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의대 교수는"일괄 사직으로 만들어진 정원을 모집한다면 제자들이 돌아올 자리를 없애는 것"이라며 "어쩔 수 없이 사직서 처리하는 과정에 들어갔어도 그 인원을 뽑지 않고 제자들이 돌아올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빅5' 병원의 한 교수는 "기존 전공의들이 복귀할 경우 막상 돌아올 자리가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기존 전공의들 대부분 복귀 의사가 없는 걸 확인한 상황에서 결국 하반기 모집에 지방 전공의들이 지원할 텐데 그렇다면 지역의료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정부는 수련병원에 전날까지 미복귀 전공의 사직 처리를 마칠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보건복지부 장관 직속 수련환경평가위원회(수평위)에 전공의 결원을 확정하고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을 신청하라고 안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