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채영 기자] 미성년 자녀의 양육비를 사후에 청구할 수 있는 권리는 자녀가 성인이 된 후 10년까지만 가능하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18일 A 씨가 전 남편 B 씨를 상대로 낸 양육비 심판 청구 소송에서 다수 의견으로 양육비 지급 의무를 인정하지 않은 원심을 확정했다.
1974년부터 남편과 별거한 A 씨는 이혼 후 자녀가 성인이 된 1993년까지 약 19년간 홀로 자녀를 양육한 뒤 2016년 전 남편을 상대로 1억1930만원 상당의 양육비를 청구했다.
1심은 B 씨에게 과거 양육비 6000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B 씨 측은 과거 양육비 청구권 시효가 소멸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면 2심은 1심을 뒤집고 양육비 지급 의무가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7인의 다수의견으로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의 소멸 시효는 자녀가 미성년이어서 양육이 계속되는 동안에는 진행되지 않는다"며 "자녀가 성인이 돼 양육 의무가 종료된 때부터 진행된다"고 판단했다.
자녀가 미성년인 동안에는 양육비의 변동 가능성이 있어 완전한 재산권이라고 볼 수 없지만, 성년이 되면 금액이 확정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채권과 마찬가지로 소멸시효 계산이 시작된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다만 권영준 대법관은 "양육비 청구권 소멸시효는 양육자가 미성년 자녀를 부양하는 시점부터 진행한다고 봐야 한다"는 별개 의견을 냈다.
노정희·김상환·노태악·오경미·신숙희 대법관은 성인이 됐다는 사정만으로 양육비청구권의법적 성질이 달라진다고 할 수 없다고 봤다. 이들은 "이혼한 부부 사이 미성년 자녀 양육비 지급을 구할 권리는 친족 관계에 따라 추상적 청구권 내지 법적 지위 성질을 가지므로 종전 판례가 타당하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대법원은 "종전 판례에 따르면 적극적으로 과거 양육비 청구권을 행사한 경우 그 소멸시효가 진행해 오히려 불리해지는 결과가 발생했다"며 "자녀 복리와 법적 안전성이라는 소멸시효제도의 취지 및 구체적 타당성을 적절히 조화시켰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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