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시형 기자] 지난해 7월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순직 사건 이후 교사의 과중한 학교폭력(학폭)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제도가 도입됐지만 효과는 미미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반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8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3월부터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제도를 도입했다. 현재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1880명이 활동하고 있다.
학교폭력 전담조사관은 학폭 피해 및 가해 학생 방문조사, 학부모 면담, 학폭 사안조사 보고서 작성, 학폭대책심의위원회 참석 등 역할을 수행한다. 그간 교사들이 맡아온 학폭 관련 업무를 퇴직 경찰이나 교사 등 외부 조사관이 담당하는 것이다.
학폭 관련 악성 민원에 시달려 교육의 본질인 수업과 생활지도에 집중할 수 없다는 일선 교사들의 지적에 도입됐지만 막상 현장 체감 효과는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지난달 7일부터 21일까지 교사 301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학교폭력 전담조사관제 도입으로 민원이 줄었다'는 응답은 22%에 그쳤다. 응답자 62.4%는 '조사관제 도입 후 학폭 조사 처리 기간이 학교가 맡았던 것보다 더 걸린다'고 답했다.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 A 씨는 "전담조사관이 있어도 기본적인 사건 개요를 전달해야 해 피해·가해 학생 조사가 이뤄지기 전 상담을 하고 있고 조사 일정도 중간에서 조율하는 등 결국 교사의 책임과 일은 줄지 않았다"며 "경미한 학폭 사안도 조사관의 판단을 거쳐야 해 오히려 문제를 복잡하게 만든다는 불만도 나온다"고 토로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 관계자는 "교사의 개입을 최소화하고자 도입한 제도인데 조사관과 학생 사이 중간 역할에 시달리는 등 교사의 학폭 대응 부담이 여전한 상황"이라며 "학교라는 공간이 구성원을 제외한 외부인들에게는 폐쇄적이라 조사관들이 외인 취급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수사권이 없다는 점도 애로사항으로 꼽힌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B 씨는 "조사관은 학교 소속이 아니라 학생 관계나 학교생활 전반에 대한 정보 파악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어디까지 조사를 해야 할지 정확한 체계도 없어 조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학폭 범위를 두고도 불만의 목소리가 있다. 수도권 모 고등학교 교사 C 씨는 "요새는 학폭 유형이 더 다양해져 교내에서 발생한 사건 뿐 아니라 인스타그램 등 SNS 게시물만으로도 학폭으로 신고하겠다고 하는 경우도 많다"며 "학폭의 범위가 더 넓어지고 있어 교사들이 애쓰는 시스템은 여전하다"고 했다.
더욱이 학폭과 관련한 학부모 악성 민원도 여전한 상황이다. 또 다른 초등학교 교사 D 씨는 "아이들에게 학폭에 관련해 질문하다가도 특정 발언을 꼬투리 잡혀 신고당하기도 하는 등 '보복성 신고'가 다수 벌어진다"며 "학부모가 아이에게 불리한 증거가 나오면 없던 이야기를 만들어 선생님을 성희롱으로 고소하는 일도 벌어진다"고 하소연했다.
A 씨는 "'이대로 우리 애 처벌 받게 하실거냐', '지금 우리 애가 잘못했다는 거냐' 등 학부모 악성 민원은 여전히 교사가 받고 있다"며 "관련 제도를 더 촘촘하게 정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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