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채영 기자] 이른바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으로 기소된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선 후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이 자신을 내세워 돈을 요구하고 다닌다는 말을 들었다며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에게 확인을 요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더팩트>는 2021년 5월2일 치러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3개월여 뒤인 8월4일 이뤄진 송 전 대표와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전화 통화 녹취록을 확인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송 전 대표는 "강래구가 그 대표님 일을 한다고 여기저기 돈을 요구한다는 말이 계속 들린단 말이야"라며 "강래구를 만나서 진지하게 한번 이야기해봐. 기분 안 나쁘게"라고 이 전 부총장에게 요청했다.
이에 이정근 전 부총장은 놀란 기색으로 "그렇지, 큰일 날 일이다" "그럴게, 걱정되겠다"라고 답했다.
대화 중에는 송 전 대표가 주변의 금품 수수 문제를 매우 경계하는 대목도 등장한다.
송 전 대표는 녹취록에서 "명절 때 돈 주고 누구 챙겨주고 이거 본말이 전도 돼서 여기서 누구 하나 사고가 나면 돕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나를 죽(이는), 정치적으로 디스하는 꼴이 되잖아"라고 우려했다.
송 전 대표는 인천시장 시절인 2013년 측근인 김모 비서실장이 5억원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기소돼 곤혹을 치른 적이 있다. 이듬해 치러진 지방선거 낙선의 배경이 된 사건이다.
이를 두고 "5억을 받은 명분이 뭐였냐, 송영길 조직을 자기가 관리해야 한다. 그런 우를 난 다시는 범하지 않는다. 그런 거 절대 하지 마라는 게 내 주장이고"라고 말하자 이 전 부총장은 "맞아, 그럴 필요 없어"라고 맞장구를 쳤다.
강래구 전 위원은 2021년 3∼5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송 전 대표를 당선시키기 위해 당내 9400여만원을 살포하는데 관여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8개월을 선고받았다. 강 전 위원은 돈봉투 살포 사실을 송 전 대표에게 보고하지 않았으나 알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정근 전 부총장은 지난 5월29일 송 전 대표의 정당법·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15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송 전 대표에게 경선 당시 불법 자금 살포 사실을 모두 보고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최재훈 부장검사)는 지난 1월4일 정당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송 전 대표를 구속기소했다. 송 전 대표는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경선 캠프 조직을 이용해 불법 선거자금을 마련한 후 선거운동 관계자 및 선거인들에게 돈봉투를 살포하는 방법으로 총 6000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고 6650만 원의 금품을 살포한 혐의(정당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등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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