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다영 기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 씨의 피고인 신문이 무산됐다.
수원지법 형사13부(박정호 부장판사)는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2차 공판에서 김 씨가 주장한 피고인 신문 진술거부권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피고인 신문에서 검사가 신문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형사소송법 조항보다 피고인의 진술거부권 효력이 상위개념"이라며 "(검사의 신문 권한과 피고인의 진술거부권) 두 가지가 충돌할 때는 진술을 포괄적으로 거부할 권리가 피고인에게 있다. 피고인 신문을 실시하지 않는 것이 법률 조문상 맞는다"고 밝혔다.
김 씨 측은 지난 공판기일에서 피고인 신문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검사는 신문을 진행해야한다고 맞섰다.
김 씨 측은 이날 신문 절차에 앞서 "피고인은 이미 진술 거부권을 행사했으므로 실제적 진실을 밝히는 데 아무 의미가 없는데도 (검찰이) 계속 질문을 하는 것은 진술 강요와 다를 바 없다"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공판 도중 두 번 휴정하고 논의한 끝에 신문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검찰은 재판부의 결정에 반발하며 이의제기를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검찰은 "두 조문 중 무엇이 앞선다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이를 허용할 때 수사기관에서 피의자 진술 조사 거부를 막을 수 없고, 피의자가 어떤 주장을 하고 왜 부인하는지 등을 확인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말한 부분도 염두에 두고 판사실에서 얘기하고 결정한 사항"이라고 밝혔다.
재판부가 피고인에게 직접 진술거부권 행사 여부를 확인받기 위해 "개개의 진술 거부가 아니고 일체의 진술을 거부하는 것이 맞나"라고 묻자 김 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네"라고 답했다.
재판부는 이날 검찰을 향해 공소사실 입증을 위한 논리가 부족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서증조사 도중 검찰에 "이 사건은 특히 유권자에게 금품을 제공한 사건이 아니라 식당에서 밥값을 결제한 사안이기 때문에 거기에 맞는 경험칙과 논리를 주장해야 한다"며 "현재 검찰의 주장이 아직 선명히 정리돼있는지가 의문"이라고 말했다. 공판 마무리 전에도 재판부는 "간접사실과 경험칙과 논리를 종합적으로 정리해 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오는 25일 결심 공판을 진행하고 1심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앞서 김 씨는 이 전 대표가 당내 대선후보 경선을 할 당시인 2021년 8월 2일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민주당 의원 배우자 3명과 자신의 운전기사 등에게 총 10만 4천 원의 식사를 제공해 공직선거법상 불법 기부 행위 혐의로 기소됐다. 김 씨는 동석자가 각자 식대를 결제한 것으로 알았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