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혜승 기자] 국내 주요 기업들이 여전히 입사 과정에서 구직자들에게 학벌과 외국어 점수, 자격증 등 실제 직무와 무관한 스펙을 요구해 청년들의 고통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 교육의봄은 11일 서울 용산구 교육의봄 강당에서 기업과 취준생 간 채용 '미스매치' 실태를 살펴보는 포럼을 개최했다.
교육의봄은 "기업은 스펙보다는 시대적 변화에 따라 직무역량을 갖춘 인재를 찾아 역량 중심의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며 "그런데 채용 변화에 가장 민감해야 할 청년구직자들의 취업 준비 방식은 기업의 채용 방향을 따라가지 못한 채 스펙 쌓기에 몰두해 기업과 취준생 간 채용 미스매치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채용 미스매치의 배경으로는 과잉스펙을 요구하는 기업이 있다는 주장이다. 기업의 채용문화는 개선되기보다 10년 전보다 오히려 상황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의 봄이 지난 2월 7일부터 5월 27일까지 잡코리아를 통해 직원 채용을 진행 중인 기업 중 국내 매출액 기준 1000대 기업 150개에 대해 입사지원서를 분석한 결과 99%가 학교, 98%가 외국어 점수, 98%가 자격증 스펙을 요구했다. 특히 자격증란은 직무 연관성이 없는 대부분 자격증을 모두 입력할 수 있게 돼 취업 준비생들의 부담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는 2014년 박근혜 정부 당시 대통령청년직속위원회가 '스펙 초월' 정책을 위해 국내 100대 기업의 입사지원서를 수집해 분석한 결과에 비해서도 늘어난 것이다. 당시 국내 100대 기업 중 95개 기업의 입사지원서를 대상으로 조사가 진행됐는데 학력 기재를 요구한 기업은 93.7%였으며, 어학 점수를 요구한 곳은 90.5%, 자격증 요구 91.6%, 사회봉사 요구 12.6%, 공모전 요구 34.7% 등이었다.
전선희 교육의봄 연구팀장은 "사진 등 개인 정보 입력을 제외한 모든 스펙 항목에서 기업의 요구가 더욱 심해졌고 특히 사회봉사 등 학내외 활동요구 기업은 무려 57.4%나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김선희 교육의봄 연구원은 "서류전형과 일반면접에 의존하고 있는 일반적인 기업들의 채용문화는 취업준비생들이 서류에 기재 가능한 마구잡이식 스펙을 양적으로 늘이려는 취업준비문화를 부추기게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5년간 대기업 신입공채 합격자의 스펙은 더욱 향상됐다. 2018년 합격자의 토익 평균 점수는 702점이었지만 2022년 합격자의 점수는 834점이었다. 자격증 보유 비율도 2018년 67.1%에서 2022년 75.9%로 상향됐다.
스펙을 쌓기 위해 드는 비용도 취준생들의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2016~2018년 30세 이하 대졸자들의 평균 구직비용은 6414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취준생들은 취업준비와 생활비를 포함해 한달에 약 80만원의 비용을 지출하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취업에 성공해도 취업준비 기간에 쌓은 스펙은 소용이 없었다. 김혜영 인천대 교수의 '청년 취업 스펙에 대한 인식 차이 분석'에 따르면 취업한 청년들에게 직무 관련 자격증을 제외한 모든 스펙의 중요성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72.8%가 업무수행에 도움이 되는 스펙으로 인턴 및 타 기업 직무경험을 꼽았고 어학점수가 도움이 된다고 답한 응답자는 0.6%에 불과했다.
기업 인사담당자들과의 간극도 컸다. 사람인 조사에 따르면 기업 인사담당자의 69.7%가 불필요한 스펙을 가진 지원자가 있다고 응답했다. 불필요한 스펙을 가진 지원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비율도 40.5%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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