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다영 기자] 법원이 이른바 '남노련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60대 두 명에게 37년 만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존댓말 판결문'으로 이들을 위로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31부(박준석 부장판사)는 최근 국가보안법·집시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았던 A 씨와 B 씨의 사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1986년 서울남부지역노동자동맹(남노련)에 가입한 뒤, 산하 교육 조직인 노동자해방사상연구회에서 사상학습을 하거나 불법 집회에 참석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각각 징역 1년 6개월과 징역 1년 등을 선고받았다. 2심이 두 사람의 항소를 기각하면서 형이 확정됐다.
33년 후인 2020년 두 사람은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지난해에 재심 개시가 결정됐다. 검찰은 재심 재판에서 과거 신청됐던 증거를 철회하고 무죄를 구형했다. 재판부도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은 범죄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라며 판결을 뒤집어 37년 만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 마지막에 '맺으며'라는 소제목으로 시작하는 문단을 추가했다. 내용에는 "피고인들은 우리 사회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고초를 겪으셨습니다. 이 판결로써 피고인들이 불행했던 과거의 족쇄에서 완전히 벗어나 피고인들이 이루어낸 민주화된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온전히 누리시기 바랍니다"라며 37년 만에 무죄를 받은 이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문장이 담겼다.
법조계에서 '존댓말 판결'은 흔하지 않은 일이다. 2013년 김환수 당시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긴급조치 9호 위반 재심 판결에서 처음으로 판결문에 존댓말을 쓴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 사법부가 인권의 마지막 보루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함으로 인하여 큰 고통을 당한 피고인에게 사법부의 일원으로서 깊이 사과드리고 이 사건 재심판결이 피고인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고 판결문에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