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율 3배 높은 역주행 사고…희미한 일방통행 표지


역주행 교통사고 100건당 사망자 6.35명
전문가들, 일방통행 도로 여건 개선 지적

지난 1일 오후 9시 26분께 서울 중구 시청역 교차로에서 차량이 인도로 돌진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사고로 인한 파편들이 흩어져 있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이윤경 기자] 9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시청 인근 교통사고로 일방통행 도로 역주행 교통사고에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일반 교통사고에 비해 3배 가까이 높은 치사율을 보이는 역주행 교통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7일 국토교통부(국토부)에 따르면 역주행 교통사고 치사율은 전체 교통사고 대비 약 2.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발생한 교통사고 100건당 사망자는 2.25명인 반면, 역주행 교통사고 100건당 사망자는 6.35명에 달했다.

최재원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달려오는 차의 속도와 중앙선을 넘어오는 차의 속도가 더해져 충격량이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차량의 에어백과 범퍼 등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장치는 계속 보완되지만 물리는 변하지 않는 진리"라며 "동일 방향의 차들이 부딪히는 것보다 치사율이 당연히 높다"라고 했다.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그동안 시설을 정비해 역주행 사고 비율이 줄어들 수는 있어도 위험도가 줄어들 만한 요소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도 차모(68) 씨의 제네시스 차량이 일방통행 도로를 역주행하면서 인명피해가 컸다. 역주행 차량이 있을 것이라 생각지도 않고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보행자들은 쏜살같이 달려온 차량에 피할 새도 없이 화를 입었다.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차량이 인도로 돌진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지난 3일 오후 사고 현장을 찾은 시민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일방통행 도로의 경우 도로 폭이 좁아 교통체증이 극심한 곳에 주로 도입된다. 차량의 통행량을 증가시켜 도로 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세종대로 18길도 지난 2004년 시청 앞 서울광장을 조성하면서 보행로 개선을 위해 양방통행에서 4차선 일방통행으로 바뀌었다.

최 교수는 "예전에 만들어진 도로들은 차가 많이 증가할 줄 모르고 좁은 폭으로 만들어졌다"며 "해외에서도 도쿄, 뉴욕, 런던 등 대도시의 구도심을 보면 일방통행이 상당히 많다"고 설명했다.

다만 언제든 역주행 사고의 위험을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방통행 도로 진입을 막거나 운전자들이 인지할 수 있도록 도로 표시를 눈에 잘 띄게 설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 교수는 "차량 유도선을 설치하고 진입 금지나 노면 표지 등이 야간에도 잘 보일 수 있도록 반사가 잘 되는 안료를 써서 보강해야 한다"면서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차량용 방호울타리 설치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임 위원은 "교차로가 여러 개 있는데 하나만 일방통행이거나 도로가 복잡한 곳은 운전자가 헷갈려 역주행할 가능성이 있다"며 "표지판과 도로 시설 등을 눈에 잘 띄게 하고 통행이 불가능한 곳은 구조물을 만들어 아예 못 들어가게 만들어 놓는 등 디테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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