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서울시청 인근 차량 역주행 돌진 사고 희생자 9명의 발인이 4일 차례로 엄수됐다.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는 이날 오전 5시20분 박모(44) 씨 등 시중은행 직원 3명을 시작으로 7명의 발인이 차례로 진행됐다. 서울시 공무원 2명의 발인은 각각 신촌세브란스병원,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엄수됐다.
모 병원 직원 양모(35) 씨의 발인식은 오전 9시20분께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러졌다.
양 씨의 어머니는 지하 1층 빈소를 나와 걷는 동안 허리를 펴지 못하고 흐느끼기만 했다. 품에는 국화꽃 한 다발을 겨우 안은 채 양 씨 아버지의 부축을 받으며 한발 한발 힘겹게 발걸음을 뗐다.
양 씨 유족뿐만 아니라 지인들도 비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 채 영정을 따라 발인장 입구로 걸어갔다.
같은 시간 2층에 마련된 이모(53) 씨의 빈소 앞에도 직장 동료와 지인들이 고개를 숙인 채 발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빈소 앞을 짓누르는 무거운 정적 속에 간간이 이 씨 어머니의 통곡 소리만 들렸다.
장례식장 직원이 "친구들 중 마지막으로 조문하실 분 계시냐"고 묻자 검은색 옷을 입은 대여섯 명의 남성들이 조문을 하러 들어갔다. 이들은 3분 남짓 짧은 조문을 마치고 빈소를 나오면서 손수건이나 손등으로 눈물을 훔쳤다.
충혈된 눈을 연신 문지르며 안경을 벗고 눈물을 훔치는 이들이 많았다. 다리에 힘이 풀린 듯 빈소를 나오자마자 신발장 앞 바닥에 망연자실 주저앉은 남성도 보였다.
이 씨의 고등학교 친구라는 A(53) 씨는 충격 속에 말을 잇지 못하면서도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알던 친구지만 화내는 모습을 한 번도 못 봤다"며 "일주일 전에도 만나서 점심을 먹고 이번 주에 다시 점심 먹기로 했는데 그 약속을 잡기 위한 연락이 마지막이 될 줄은 정말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정사진 웃는 모습 그대로라 더 가슴이 아프다"며 "다들 (시간을) 되돌리고 싶지만 표현이 안된다"고 울먹였다.
발인장 입구로 이동하면서도 유족들의 울음소리는 끊이질 않았다. 양 씨의 영정이 먼저 발인장 입구로 들어가고 나서 20분쯤 뒤 이 씨의 영정도 발인장 입구로 들어갔다.
앞서 60대 운전자 B씨는 지난 1일 오후 9시26분께 제네시스 차량을 타고 서울 중구 태평로 시청역 인근 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빠져나온 뒤 일방통행 도로를 역주행하다 횡단보도로 돌진, 신호를 기다리던 보행자들을 잇달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시청 직원과 시중은행 직원, 병원 직원 등 보행자 9명이 숨졌다. 부상자는 3명에서 1명이 추가로 확인되면서 4명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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