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제가 어렵게 사니까 저한테 돈을 조금 보내주기도 하고 진짜 착하고 성실하고 나무랄 게 없는 그런 조카였어요."
3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지하 1층 양모(35) 씨 빈소 앞에서 만난 이모의 기억 속 조카는 나무랄 데 없는 반듯한 청년이었다.
양 씨 이모는 "이런 청천벽력이 어디 있겠냐. 이모인 나도 가슴이 너무 아픈데 부모님은 오죽하겠냐"며 "내 조카라서가 아니라 착하고 성실했다"고 눈물을 보였다.
모 병원 직원 양 씨는 지난 1일 서울 시청역 인근 일방통행 도로를 역주행하다 횡단보도로 돌진한 60대 운전자 A 씨의 차량에 치여 숨졌다.
빈소에는 양 씨 영정 앞 엎드린 어머니의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날 장례식장 1층에 마련된 시중은행 직원 박모(44) 씨의 빈소에도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박 씨의 부모는 눈시울을 붉힌 채 멍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 있었다.
박 씨 어머니는 "어제는 완전히 넋을 잃었다"며 "사고 이틀째지만 아들의 죽음이 안 믿기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씨 직장 동료 장모(56) 씨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는 충격이었다"며 "그날은 특히 좋은 날이었다. 고인이 주말부부라 따로 사는 집사람에게 승진 소식을 알리려 연락도 하셨을 텐데"라며 침통해했다.
박씨와 함께 변을 당한 이모(53) 씨의 빈소도 3층에 마련됐다. 빈소 앞에서 만난 이 씨 유족은 "고인이 정말 어렵게 컸다"며 "지방에서 같이 자라 고인과 추억이 많다"고 눈물지었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는 이번 사고로 숨진 7명의 빈소가 마련됐다. 나머지 2명의 빈소는 각각 국립중앙의료원과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이들의 발인은 4일 오전에 진행될 예정이다.
앞서 60대 운전자 A 씨는 전날 오후 9시26분께 제네시스 차량을 타고 서울 중구 태평로 시청역 인근 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빠져나온 뒤 일방통행 도로를 역주행하다 횡단보도로 돌진, 신호를 기다리던 보행자들을 잇달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시청 직원과 시중은행 직원, 병원 직원 등 보행자 9명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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