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윤경 기자] 서울시청 인근에서 역주행하다 인도로 돌진해 9명을 숨지게 한 사고 차량이 호텔 주차장에서 빠져나온 직후부터 가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량 동승자는 "당시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가운데 경찰은 정확한 사고원인 규명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3일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9시26분께 60대 운전자 A 씨가 몰던 제네시스 차량은 서울 중구 태평로 시청역 인근 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빠져나오던 중 출구부터 가속이 붙었다.
가속 상태로 일방통행 도로를 역주행하던 차량은 횡단보도로 돌진해 안전펜스를 뚫고, 신호를 기다리던 보행자들을 잇달아 들이받은 뒤 BMW, 소나타 차량을 차례로 추돌했다.
경찰은 "사고 차량이 약간의 턱이 있는 주차장 출구에서부터 과속한 것으로 확인했다"며 "최고 속도는 아직 수사 중이라 답변이 어렵다"고 했다.
당시 차량에 동승했던 A 씨의 배우자 60대 B 씨는 전날 참고인 조사에서 "브레이크가 안 들은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B 씨는 사고 직후에도 주변인들에게 차량 급발진으로 사고가 났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차량 정차 지점에서는 유류물 흔적이 발견됐다. 경찰은 당초 스키드마크가 발견됐다고 발표했다가 "유류물 흔적을 스키드마크로 착각했다. 스키드마크는 없었다"고 정정했다. 스키드마크는 차량 타이어가 노면과 마찰로 생기는 자국으로 사고 경위를 밝히는 유력 증거가 될 수 있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사고 차량과 블랙박스, 호텔 및 주변 CC(폐쇄회로)TV 영상 등 자료 6점을 보내 정밀 감식·감정을 의뢰했다. 사고기록장치(EDR)도 데이터 분석 결과를 추출하기 위해 국과수에 보냈다.
경찰은 BMW와 소나타 차량 차주를 대상으로도 참고인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갈비뼈 부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한 A 씨도 조만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A 씨에게 서면으로 질의했으나 아직 답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국과수에서 사고 차량을 분석해서 결과를 내는 데 한 달 내지 두 달 정도 걸린다"며 "중대 상황임을 참작해서 가능한 기간을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명피해 규모도 늘어났다. 경찰은 이날 사고 당시 부상자가 한 명 추가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사고로 숨진 시청 직원과 함께 식사한 동료로, 경상을 입었으나 사고 직후 현장을 떠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이번 사고 사상자는 총 14명으로 늘었다. A 씨와 B 씨를 포함하면 총 16명이다.
앞서 경찰은 A 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A 씨는 경기도 안산 소재 모 버스운수업체에 소속된 시내버스 기사로 재직 중 사고 경력이 없던 베테랑 기사로 알려졌다. 사고 당일 쉬는 날이었으며 시청역 인근 호텔에서 열린 처남 칠순잔치에 참석했다가 귀가하던 중 이같은 사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