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화성 참사에 산산조각...15년 타향살이 부부의 꿈


아내 잃은 중국인 남편 오열 "신원도 확인못해"
중국 아들 급히 입국…"DNA 검사 빨리했으면"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로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중국인 A 씨는 참사 사흘이 지났지만 아내의 시신조차 확인하지 못했다. 시신 훼손 상태가 심해 정확한 신원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화성=임영무 기자

[더팩트ㅣ화성=황지향·이윤경 기자]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로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중국인 A 씨는 참사 사흘이 지났지만 아내의 시신조차 확인하지 못했다. 시신 훼손 상태가 심해 정확한 신원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A 씨는 "사람이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확인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아내와 한국에 온지 15년인데, 사고로 끝날 줄은 몰랐다"고 오열했다.

A 씨는 지난 2009년께 중국 연변에서 아내와 함께 한국에 들어왔다. 타향살이를 한 지도 벌써 15년째다. A 씨 부부는 맞벌이를 하며 아이도 키웠다.

그러던 중 약 3개월 전부터는 아내도 함께 공장에 출근했다. 중국에서 대학을 다니는 아들 뒷바라지를 위해서였다. A 씨 부부는 경기 시흥시 정왕동에 거주하면서 매일 아침 공장으로 함께 출퇴근했다.

A 씨는 "아내가 공장에서 일한지 3개월이 조금 넘었다. 하청업체에서 운영하는 봉고차량을 타고 시흥에서 출퇴근을 했다"며 "중국에서 공부하는 아들을 위해 맞벌이를 하며 살아왔다"고 전했다.

방문 취업비자로 체류하던 A 씨는 최근 영주권 신청을 마쳤다. 그렇게 한국에서의 안정된 삶을 꿈꾸던 A 씨의 일상은 한순간 깨졌다. A 씨는 "영주권까지 신청하고 지냈는데, 갑자기 사고가 났다"고 했다.

지난 24일 오전 공장 3동 2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소식에 A 씨는 망연자실했다. 아내는 전화도 받지 않았다. 이날 저녁 늦게까지 공장 주변을 돌아다니던 중 아내가 실종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A 씨는 한동안 현장을 떠나지 못했다.

불이 시작된 공장 3동 2층은 리튬 배터리 완제품을 검수하고 포장하는 곳이다. 리튬 배터리 완제품을 검수하고 포장하는 작업 중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A 씨 아내도 이곳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사망자 23명의 시신은 모두 이곳에서 발견됐다.

다음날도 A 씨는 화재 현장을 벗어날 수 없었다. 사망자들 시신이 심하게 훼손돼 신원 파악이 어려워 아내의 생사도 확인할 수 없었다. 장례식장도, 빈소도 마련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를 뿐이었다.

A 씨는 "우리끼리 돌아다니면서 알아보고 있었는데, 신원 파악이 안되고 있어 답답하다"며 "장례식장도 어딘지 모르겠고, 아직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다.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A 씨는 급히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들의 DNA가 있어야 DNA 대조를 통해 아내의 신원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밤늦게 공항에서 아들을 데리고 온 A 씨는 그제서야 화성시청에 마련된 '서신면 전곡리 공장화재 피해통합지원센터'로 자리를 옮겼다.

A 씨는 "아들이 중국에서 급하게 왔는데, DNA 검사도 기다리라고만 한다"며 "아내를 보내려면 장례식장이라도 마련해야 하는데 신원 파악이 안 돼 모든 게 미결이다. 언제까지 기다려야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아직 별다른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A 씨는 "연락받은 것도 없고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무척 짜증 나는 상황"이라면서 "유족끼리 알아보는 중인데, 모든 걸 사비로 충당하려니 답답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이번 참사로 숨진 23명 중 3명의 신원만 파악됐다.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끝내 사망한 김모(52) 씨와 중국에서 귀화한 이모(46) 씨, 마지막 실종자였다가 결국 소사체로 수습된 김모(47) 씨 등 모두 한국인이다.

이들은 지문 등을 통해 신원이 확인됐다. 하지만 나머지 20명은 시신 훼손 상태가 심해 지문 감정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상대적으로 훼손 정도가 덜한 신체 부위에서 DNA를 채취한 뒤 가족의 DNA와 비교해 신원을 특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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