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시형 기자] 가수 김호중이 음주운전 혐의는 빠진 채 기소되면서 입법 보완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음주운전 후 음주측정을 회피하기 위해 도주할 경우 도주행위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행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후 도주 시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 운전자가 음주측정을 거부한 경우에만 음주측정거부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도주 혐의가 성립하려면 피의자가 체포 또는 구속된 상태여야만 한다. 형법 145조 1항은 체포되거나 구금된 자가 도주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더욱이 음주운전 후 도주 시 음주측정을 할 수 없어 추후 혐의 입증까지 어려워질 수 있다. 김호중도 사고 이후 달아났다가 약 17시간 만에 경찰에 출석하면서 정확한 음주측정이 불가능했다. 김호중은 경찰에서 음주운전을 시인했는데도 결국 음주운전 혐의는 빠진 채 기소됐다.
교통사고 전문 정경일 법무법인 엘엔엘 변호사는 "물건을 훔치고 달아난 소매치기범의 경우 도주 혐의로는 처벌할 수 없지만 CC(폐쇄회로)TV 등 물증이 남아있어 추후 혐의를 규명하기 쉽다"며 "음주운전은 도망가면 증거가 사라져버리기 때문에 혐의 입증이 어려워 처벌규정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정 변호사는 "일단 단속을 피해 도주하고 경찰에 붙잡히면 음주측정에 응하는 경우도 많다"며 "도주로는 처벌이 어렵기에 도주 당시 2차 사고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수사가 진행될 수 없다"고 했다.
경찰 내부에서도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의 한 경찰서 교통과 관계자는 "최근 일련의 사건이 많아 내부에서 음주 후 도주 행위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경찰서 교통과 관계자도 "음주사고를 낸 뒤 조치하지 않고 도주했다면 사고후 미조치가, 누군가를 다치거나 사망케 해 피해가 발생했다면 도주치상이나 도주치사 혐의가 적용될 수 있지만 단순 음주운전을 저지르고 운이 좋아 완전히 도망을 갔을 경우에는 수사를 할 수 없어 상당히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음주측정 방해 목적으로 추가 음주를 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법안이 발의됐으나, 음주운전 후 도주행위를 처벌하는 법안은 요원한 상황이다.
이형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음주운전 후 도주행위를 처벌하는 '음주운전도주처벌법'(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으나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음주측정을 피하려 도주하는 경우 운전면허를 취소하고 5000만원 이하 벌금 또는 5년 이하 징역에 처하는 내용이 뼈대다.
이 전 의원은 "음주측정을 피하기 위해 운전자가 도주하는 사건이 빈번히 발생하는데 현행법은 음주측정 거부행위만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며 "도주 시 음주 입증이 어렵고 2차 사고 등 위험성도 상당해 도주행위 자체로 면허를 취소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음주운전 후 도주행위도 처벌이 가능할 수 있게 입법을 보완할 필요성이 있다"며 "다만 어느 수준까지 처벌할 건지 구체적인 논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김태헌 부장검사)는 지난 18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사고후미조치,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김호중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김호중의 음주 수치를 특정하기 어렵다고 판단, 음주운전 혐의를 최종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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