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팩트] 직접 본 러브버그, 기괴함에 소름 쫙…'전문가 예상' 소멸 시기는? (영상)


도심의 불청객 '러브버그' 붉은등우단털파리
인도·아파트에 나타나 시민 불편 야기
박선재 연구원 "7월 초 개체수 감소 예상"

서울 도심에 출몰한 러브버그 붉은등우단털파리. 암수가 꼬리를 맞대고 이동하는 기괴한 형태를 띈 털파리과 곤충이다. /숏팩트 캡처

[더팩트|이상빈 기자] 암수가 꼬리를 맞대고 이동해 일명 ‘러브버그’로 불리는 붉은등우단털파리가 이달 2일 인천에서 올해 처음 발견됐다. 지난해보다 등장 시기가 2주가량 빨라진 것이다. 한 주간 서울 및 경기 일부 지역에서 확인된 러브버그는 도심에 떼로 출몰하며 시민들의 불편을 야기했고 관련 민원도 폭증하게 했다.

지난 19일 <더팩트> 취재진은 서울 강서구 방화동 모 아파트 단지와 그 주변 도로에서 떼 지어 다니는 러브버그를 쉽게 찾았다. 1cm도 되지 않는 몸길이의 이 곤충은 암수 한 쌍이 붙어서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는 기괴한 형태를 띄었다.

건물 외벽과 나무에 다닥다닥 붙은 데 이어 인도 바닥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고 떠나질 않아 주민들의 불쾌감을 초래했다. 일부 개체는 비행 중 취재진 손등에 앉는 등 사람이 다가와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달려들어 혐오감을 키웠다.

단지에서 환경미화 작업 중이던 이웃 주민 A 씨는 러브버그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하다가 취재진의 설명을 듣고는 "지금 말해서 알았지, 벌레인지 몰랐다"며 "저 까만 게 맞냐. 엄청 많다"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어 "여기 주기적으로 수목에 약을 치는데 아파트 벽에는 안 한다"며 "벌레가 너무 많아서 잡거나 처치하라고 관리사무실에 말해야 하지 않겠냐"고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 러브버그 국내 최초 발생일은 6월 15일이지만 올해는 이보다 약 2주 앞선 6월 2일로 확인된다. 러브버그의 출현이 1년 전보다 앞당겨진 이유로 평년보다 빨리 찾아온 더위가 꼽힌다.

박선재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원은 러브버그가 7월 초쯤 개체수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숏팩트 캡처

박선재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원은 21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러브버그가 2022년 은평구에서 처음 대발생한 원인에 대해선 현재 연구 중"이라며 "2022년, 2023년, 올해까지 대발생 패턴을 봤을 땐 기온이 올라가면서 발생 시기가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씩 앞당겨진 현상을 보인다"고 밝혔다.

국립생물자원관에서는 러브버그의 출현 장소를 북한산 일대로 보고 있지만 서식지가 도심으로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박 연구원은 "러브버그가 대발생한 2022년 은평구는 북한산 아래에 자리한 곳이다. 지난해와 올해 분포도를 보면 삼림의 낙엽지에 많이 서식하지만 도심 공원이나 아파트 정원 등 낙엽이 쌓인 곳에서도 어느 정도 서식할 가능성이 보여 조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혐오스러운 생김새와 달리 러브버그 성충은 꽃가루를 퍼트려 식생을 돕고 유충은 토양 유기물을 분해해 기름지게 해 익충으로 불린다. 러브버그 퇴치를 위해 살충제를 사용하면 다른 생물의 생태계에도 영향을 준다. 박 연구원은 "이들의 서식지인 삼림에 화학적 방제를 하면 다른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있어서 지양하고 있다"며 "민원이 많이 발생하는 도심지는 제한적으로 화학적 방제가 필요하다고 말씀은 드리고 있다"고 털어놨다.

도심에 나타난 러브버그 대처에는 흰옷을 피하고 물을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박 연구원은 "러브버그가 흰옷을 선호한다. 외출 시에는 흰 옷보다 어두운 옷 입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며 "분무기로 물을 뿌리는 것으로도 달아나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무더위와 함께 대거 발생한 러브버그는 언제쯤 사라질까. 박 연구원은 "길어야 일주일 안쪽으로 성충들은 다 죽는다. 발생하고 2~3주 정도 지난 뒤에는 개체수가 안정화하는 단계로 들어간다"며 "7월 초부터는 개체수가 많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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