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우성 기자] 국민연금공단이 교통사고 피해자에게 장애연금을 지급하고 가해자 측에 청구할 때 가해자의 과실 비율 만큼만 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연금 재정 확보보다 피해자 이익이 더 중요하다는 취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21일 교통사고 피해자 A 씨가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대법관 전원 일치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 씨는 2016년 1월 오토바이를 몰고가다 택시와 부딪혀 사지마비 장애를 입었다. 가해자인 택시운전사의 책임비율은 60%였다.
국민연금공단은 A 씨에게 장애연금 2653만원을 지급했다. 이어 A 씨는 택시조합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원고승계참가인인 공단은 장애연금으로 지급한 2653만원 전액을 조합이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은 공단 주장대로 원고 승소 판결했지만 2심 판단은 조금 달랐다.
2심 재판부는 공단은 2653만원 중 가해자의 책임비율인 60%에 해당하는 1590만원만 받을 수 있다고 봤다.
나머지 약 1060만 원은 여전히 손해를 전보받지 못한 A 씨를 위해 공단이 최종 부담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도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며 공단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는 연금 전액을 배상받을 수 있다는 기존 판례를 변경한 것이다.
대법원은 "국민연금법의 입법 목적과 국민연금 제도의 사회보장적 성격을 볼 때 연금재정의 확보가 수급권자인 피해자의 이익보다 반드시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연금재정 확보를 위해 공단에 가장 유리하고 피해자에게 가장 불리하게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최근 건강보험, 산재보험 사건 등에서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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