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파장] "하루만 쉬어도 손해"…동네 병의원, 집단휴진에 냉담


휴진 신고율 4% 불과…개원의 참여 미미할 듯
대부분 정상 진료…시민들은 "불안하다" 호소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 시내 병의원 대부분 18일 정상 진료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더팩트> 취재진이 방문한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 종로구, 은평구, 관악구 병의원 11곳 중 이날 집단휴진 동참 의사를 밝힌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장혜승·조소현·김시형·황지향 기자] "18일이 무슨 날인데요? 우리 병원은 정상 진료합니다."

서울 은평구 A 의원 관계자에게 오는 18일 휴진에 참여하는지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의과대학 교수들이 18일 집단휴진을 예고했지만 이번에도 개원의 참여율은 저조할 전망이다. 동네 병의원 다수가 정상 진료하겠다는 방침이기 때문이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 시내 병의원 대부분 18일 정상 진료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더팩트> 취재진이 방문한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 종로구, 은평구, 관악구 병의원 11곳은 모두 집단휴진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A 의원 관계자는 "개인병원은 (휴진) 안 하지 않냐"며 "대학병원만 하지 않을까 싶다. 저희는 따로 그런 말이 없다"고 설명했다. 병의원이 6곳 넘게 입주해 있는 종로구의 한 메디컬타워에서도 18일 집단휴진 참여를 예고한 곳은 한 군데도 찾아볼 수 없었다.

송파구 B 피부과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B 피부과 앞에는 '여름 휴가 7월 8~9일 휴진'이라는 안내 문구가 부착돼 있었고 환자 2명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B 피부과 관계자는 "문 앞에 써 있는 휴진 날짜 아니면 정상적으로 진료를 본다"며 "이미 예약된 환자들이 계셔서 파업에 참여를 안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근에 위치한 C 이비인후과도 "정기휴무일인 수요일 말고는 정상적으로 진료를 한다"며 "원장님이 그렇게 결정을 하셨다"고 전했다. 서초구 D 안과와 강남구 E 피부과도 정상 진료한다고 밝혔다. E 피부과 관계자는 "18일 정상 진료하고 앞으로도 휴진 참여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진료명령과 휴진신고명령을 발령한 의료기관 3만6371곳 중 1463곳만 18일 휴진을 신고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의 4.02%에 불과한 것이다. 서울의 경우 병의원 9898곳 중 229곳만 휴진을 신고해 2.3%에 그쳤다.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의과대학 교수들이 18일 집단휴진을 예고했지만 이번에도 개원의 참여율은 저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네 병의원 다수가 정상 진료하겠다는 방침이라 단일대오를 형성해 대정부 투쟁에 나서겠다는 의협의 공언이 공염불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임현택 의협 회장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의료농단 저지 ‘전국의사대표자대회’에서 투쟁 선포를 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동네 병의원의 휴진 참여율이 낮은 이유는 하루만 쉬어도 손해가 큰 개원의 특성 때문이다. 서울 모 내과 원장 박모(65) 씨는 "개원의들은 아무래도 (휴진이) 힘들다. 이미 예약된 환자들이 있는데 어떻게 다 취소하겠냐"며 "직원이 몇 명인데 인건비와 월세 등을 생각하면 하루만 쉬어도 손해가 크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의협 총파업도 개원의 참여율은 미미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집단휴진은 의약분업에 반대한 2000년, 원격진료 추진을 규탄한 2014년, 의대 증원과 공공의대 신설 추진에 반발한 2020년 이후 4번째 집단행동이다. 2014년 당시 의료기관 휴진 참여율은 복지부 기준 20.9%였다. 의협은 절반 가까이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2020년에는 총파업 첫날 휴진율이 33%였다가 이후 6.5%로 떨어졌다.

휴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단체들도 늘고 있다. 분만병원 140여곳이 소속된 분만병의원협회와 대한아동병원협회에 이어 뇌전증지원병원협의체가 의협의 집단휴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시민들은 집단휴진 예고에 불안해하면서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방사선치료 차 병원을 들렀다는 한모(46) 씨는 "18일 휴진한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다"며 "급하면 동네 병원을 찾아야 하는데 휴진할 수도 있다고 하니까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정형외과 진료를 받고 있다는 오모(67) 씨도 "나이 든 사람은 다 똑같이 불안하다"며 "(집단휴진은) 있는 자, 가진 자의 횡포다. 물론 어려운 사람도 있긴 하지만 의사들은 다 어느 정도 잘 살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메디컬타워 앞 한 병원에 휴진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18일 집단휴진은 없었다. /장혜승 기자

앞서 의협은 지난 9일 전국의사대표자회의를 열고 18일 집단휴진과 총궐기대회 개최를 선언했다. 정부가 2025년도 의대정원 증원 절차를 중단하지 않으면 이후에도 집단휴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와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 등 의대 교수 단체들도 의협의 결정에 따라 집단휴진에 나선다. 서울의대 교수들은 오는 17일부터, 연세의대 교수들은 오는 27일부터 각각 무기한 휴진을 결의했다. 응급의학과 비상대책위원회 역시 전공의와 의대생 투쟁을 적극 지지하고 18일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10일 의료법에 근거해 전국 3만6371곳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진료명령과 휴진신고명령을 내렸다. 업무개시명령을 지키지 않으면 업무정지 15일에 1년 이내의 의사면허 자격정지에 처할 수 있다.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처분될 수도 있다. 정부는 집단휴진을 의료법에서 금지하는 진료거부 행위로 규정하고 엄정 대응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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