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잡는 악성민원…자치구, 직원 힐링에 구슬땀


강남구 민원 공무원 셔츠에 존중·배려 메시지
치유 프로그램에 악성 민원인 전담제도 도입

서울시 각 자치구가 민원 담당 공무원들의 감정노동 피해를 줄이고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시 셔츠를 입은 강남구 공무원이 민원인을 응대하고 있다. /강남구

[더팩트 | 김해인 기자] 최근 악성민원에 시달리던 끝에 사망한 강동구 공무원의 순직을 인정하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폭언·폭행 등으로 공무원을 고통스럽게 하는 악성민원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지 오래다. 서울 각 자치구들이 공무원 보호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이유다.

15일 서울시 각 자치구에 따르면 민원 담당 공무원들의 감정노동 피해를 줄이고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행정안전부 공무원 민원 응대 매뉴얼은 △욕설·협박·성희롱 등 폭언 △폭행 및 신변 위협 △장시간 통화 및 반복 전화 등을 특이 민원으로 분류한다. 행안부에 따르면 공무원을 상대로 민원인이 저지른 위법행위 건수는 2018년 3만4484건에서 2021년 5만1883건으로 약 1.5배 증가했다.

강남구는 지난달 27일부터 '존중을 입다:시셔츠'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민원인과 공무원이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시 셔츠'를 특별 제작했다.

매주 월요일 민원창구 부서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이 셔츠를 입고 구민들을 맞이한다. 셔츠에는 '오늘 당신을 만나 참 행복합니다', '자, 이렇게 웃어봐요. 제가 행복한 비밀이에요', '자, 이렇게 웃어봐요. 그러다보면 행복해져요' 등 문구를 수놓았다.

지난달 21일에는 민원 업무를 맡은 직원 120명을 대상으로 강원도의 한 리조트에서 '스트레스 훌훌 캠프'를 열었다. 민원 응대 요령 등을 배우고, 소통의 시간을 통해 유대감을 높이는 등 지친 심신을 회복하는 시간을 가졌다.

서울시 각 자치구가 민원 담당 공무원들의 감정노동 피해를 줄이고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중구 공무원들이 치유여행에서 명상체험을 하는 모습. /중구

중구도 다양한 직원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올 상반기 민원 응대 업무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직원 100여명을 선발해 2박 3일 치유여행을 보내준다. 사찰 탐방, 숲 산책, 도예 체험, 명상 등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는 일정으로 구성했다.

일상에 지친 직원들이 심신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템플 스테이 체험도 제공한다. 참여를 희망하는 직원의 신청을 받아 1박 또는 2박 체험을 지원한다.

올 4월부터 10월까지 모든 직원이 참여하는 중구 가족 소통 팀워크 훈련을 실시한다. 일정, 팀 구성, 훈련 주제를 자율적으로 정해 소통 역량을 높이고 팀워크를 다진다는 취지다.

중구 관계자는 "직원들이 입은 상처는 다른 업무로도 전이되며 그 피해는 구민 전체에게 돌아갈 수 있다"며 "직원들이 충전의 시간을 갖고 본연의 업무에 다시 집중할 힘을 얻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 각 자치구가 민원 담당 공무원들의 감정노동 피해를 줄이고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영등포구는 악성 민원인 관리자 전담제를 실시 중이다. 영등포구 전경. /영등포구

영등포구는 악성 민원인 관리자 전담제를 도입했다. 업무방해 및 위법행위 발생 시 팀장·과장·동장 등 경험이 많은 베테랑 관리자가 직접 대응에 나선다. 폭언·폭언 등 물리적 위협 징후가 감지되면 면담 거부 또는 퇴거 조치를 취하고, 필요 시 경찰 협조를 요청한다.

또 행정사·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 자문 인력풀을 구성해 민원 답변의 공신력을 높였다. 직원 협박 또는 거짓·반복 민원이 제기되면 형사고발 등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는 체계도 갖췄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지난해 영등포구에서 발생한 악성민원은 전체 민원의 7.7%고, 매년 증가하는 추세"라며 "일반 민원과 악성 민원을 분리 대응하는 등 안전한 근무 환경 마련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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