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영봉 기자] 재외국민 보호 임무를 수행하는 경찰 해외 주재관 직에 경찰관뿐만 아니라 소방관이나 검사의 파견 근무도 가능해졌다. 관계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우수인재를 선발하겠다는 취지지만 재외국민 보호 업무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4일 경찰청과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경찰 해외 주재관 정원 규정 변경을 골자로 한 '외교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대통령령)가 일부 개정됐다.
기존 '경찰 분야의 특정직 정원 66명 중 4명은 경무관, 17명은 총경, 2명은 경정, 43명은 경정 또는 경감으로 임명하되, 이에 상당하는 일반직 공무원으로 임명할 수 있다'는 규정에서 일반직 공무원이 경력직 공무원으로 변경됐다.
일명 경찰영사로 불리는 경찰 주재관은 외교부 재외공무원 신분으로 3년간 해외에 파견돼 재외국민·해외여행객 보호와 각종 사건·사고 및 범죄자 검거를 위한 수사 공조 등 업무를 맡는다. 현재 35개국 55개 공관에서 66명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전까지 경찰과 일반직 공무원만 지원이 가능해 사실상 경찰 또는 해양경찰 공무원만 주재관 파견을 나갔다. 하지만 이번 법령 개정으로 특정직 공무원인 소방관이나 검사, 법관, 국정원 직원 등도 지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경쟁을 통한 우수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관련 규정을 바꿨다는 게 외교부 설명이다. 외교부는 "부처 간 칸막이를 제거하고 경쟁을 통한 우수인재 선발이라는 주재관 공모제도 취지에 부합하도록 경찰 분야 주재관 직위에 일반직 공무원뿐만 아니라 특정직 공무원도 지원할 수 있게 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규정 개정의 최대 수혜자는 소방직 공무원이다. 다른 직군과 비교해 경찰과 가장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데다, 그간 소방관들의 해외 파견 기회는 사실상 전무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경찰 또는 일반직 공무원이었을 때는 사실상 경찰만 주재관으로 갔는데 이번에 특정직 공무원도 지원할 수 있도록 넓혀준 것"이라며 "사실 해외 안전사고 등 문제로 소방직 공무원을 염두에 뒀다"고 말했다.
경찰 내부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은 물론, 다른 직군까지 지원이 가능해지면서 더욱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다른 직군이 경찰 주재관으로 갈 경우 재외국민 대상 사건·사고 대응의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해외 주재관 파견 경험이 있다는 한 경찰관은 "대체로 그 자리가 사건·사고나 실종 등에 대처하기 때문에 경찰을 주재관으로 파견하는 것이다. 업무가 경찰이 주로 하는 일"이라며 "경쟁을 통해 업무를 제대로 하라는 뜻도 있는 것 같지만 아무래도 앞으로 경쟁이 더 심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경찰관은 "경찰 주재관의 경우 업무 특성상 전문성이 필요한데 타 직군으로 확대되며 아쉬운 부분이 있다"며 "그동안 주재관 지원 경쟁이 심했는데 이번에 소방관이나 검사 등 특정직에도 기회가 열리면서 앞으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yb@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