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다영 기자] 이른바 '세기의 이혼'이라 불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항소심 판결이 일반 이혼 소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인다.
서울고법 가사2부(김시철 김옥곤 이동현 부장판사)는 지난달 30일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 3808억 원을, 위자료로 20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항소심 판결은 1심과 비교해 위자료는 20배 상향됐고, 재산분할도 1심 665억 원에서 약 2배 늘었다. 재판부는 분할 대상 재산 총액 4조 115억 원 중 35%를 노 관장 몫으로 인정하고 이를 현금으로 지급하라고 했다. 재살분할에서 2심 재판부는 SK 그룹 형성 및 성장에 노 관장 부친인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기여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또 노 관장이 자녀 3명의 육아와 가사를 전담한 점도 인정했다. 최 회장 측은 상고 의사를 밝혀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아야 한다.
이번 판결은 20억원이라는 파격적인 위자료와 재산분할액 산정으로 주목받았다. 일반 이혼 소송은 유책 배우자 위자료가 최대 3000만~5000만원 수준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가정을 저버린 최 회장에 대해 2심 재판부가 '통쾌한 판결'을 한 것 아니겠나. 속 시원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이혼 소송 위자료 최대액은 2억 원이었다. 이 역시 이번 사건의 재판장인 김시철 부장판사의 판결이다. 김 부장판사가 속한 가사2부는 지난해 6월 이혼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피고인 유책 배우자가 2억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김 부장판사는 법조계에서 자기 주장이 강한 법관으로 알려져 있다. 2019년 사법농단 검찰 수사 당시 압수수색을 당하자 별건 수사라고 비판하는 글을 법원 내부망에 올렸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에 증인으로 소환되기도 했으나 검찰이 수집한 이메일 증거는 위법이라며 증언을 거부하기도 했다.
간통죄 폐지 이후 불륜 유책 배우자 형사처벌이 불가능해지자 이혼소송에서 위자료 액수를 더 올려야 한다는 논의는 이어져왔다. 개혁신당은 지난 총선에서 '징벌적 위자료 제도' 도입을 공약하기도 했다. 이번 판결이 앞으로 위자료 산정에 있어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한 가사사건 전문 변호사는 "가사 재판의 경우 대법원 판례 자체가 별로 없고 고등법원 판례가 많다"라며 "노 관장과 최 회장의 2심 판결을 보고 적극적으로 (변호 논리에) 사용해서 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다만 최 회장이 상고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대법원 판결을 지켜봐야 이번 판결의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원의림 변호사(법무법인 의림)는 "아무리 최 회장이 혼인 유지를 위해 노력하지 않았고 오랜 기간 다른 사람과의 사실혼 관계를 공언한 행위 등을 (재판부가) 괘씸하게 봤다 할 지라도 20억 원은 매우 큰 금액이다. 유책 정도에 더해 최 회장의 재산 형성 정도도 참작해 (위자료를) 정한 것"이라며 "수십 년간 판례들이 있기 때문에 해당 판결 하나로 판단 기준이 갑자기 바뀌진 않을 것 같다. 대법원 판단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기에 당장 다른 가사 재판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정법원 판사 출신인 윤지상 변호사(법무법인 존재)는 "두 사람의 이혼이 워낙 이슈화된 만큼 (사회적으로) 전반적인 영향은 미칠 것으로 생각하나 대법원 판례가 나오기 전까지는 하급심 파급 효과를 기대하긴 힘들다"라며 "두 사람의 이혼은 언론에 많이 다뤄지기도 해서 대법원도 고민과 생각을 많이 하고 심리할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