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세종=박은평 기자]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기 위해 2차례 전원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심의에 돌입했지만 여전히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 업종별 구분적용 여부, 플랫폼 종사자 등 도급제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등 모든 사안에 이견을 보이고 있다. 노사 간극이 큰만큼 올해도 법정시한을 넘길 것으로 관측된다.
8일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11일과 13일 제3, 4차 전원회의가 열린다.
지난 4일 열린 제2차 전원회의에서는 경영계와 노동계는 업종별 구분적용과 도급제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확대 적용을 놓고 견해차를 드러냈다.
사용자 측 운영위원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최근 한국신용데이터가 소상공인 사업장 16만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올해 1분기 사업장당 매출액은 전년대비 7.7%, 영업이익은 23.2% 감소했다"며 "최저임금 주요 지불 당사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만큼 이들의 지불 능력이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류 전무는 "최저임금 미만율(전체 임금 노동자 중 시간당 임금이 최저임금 미만인 노동자의 비율)이 업종별로 40∼50%P 차이를 보이는 비정상적 상황 해소를 위해 업종별로 구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도 "일부 업종의 높은 최저임금 미만율, 부진한 경영실적으로 업종별 구분 적용 논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구분 적용 심의를 위한 자료가 제공되지 않아 실질적인 심의를 못하고 있는데 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선 자료가 제공돼 이를 토대로 심도 있는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근로자 측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최저임금 심의 법정시한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업종별 차별 적용처럼 사회 갈등만 유발하는 논의는 걷어내고 제도 취지에 맞는 심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반드시 최저임금이 노동자 가구가 살아갈 수 있는 수준으로 대폭 인상돼야 한다"며 "최저임금이 노동자와 국민의 생활 안정을 위한 최소 수단이라는 점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특정 업종만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이미 겪고 있는 인력난이 악화하고 해당 업종 경쟁력이 낮아질 것"이라며 업종별 차등 적용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경영계가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밀어붙일 시 최임위 위원 사퇴 이상의 강력한 대응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스 등 도급근로자의 최저임금 적용을 놓고도 공방을 벌였다.
이 부위원장은 "구분적용을 논의할 시간에 실제로는 노동자임에도 자영업자로 분류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확대적용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영계는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류 전무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플랫폼 종사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주로 최저임금 대상이 아니어서 논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도급 근로자라고 보더라도 이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주체는 고용노동부 장관과 법원이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이들에게 적용될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것은 법상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회의 초반부터 노사 간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최저임금 결정 법정 시한인 6월 27일을 넘어설 전망이다. 위원 교체로 첫 회의가 지난해보다 19일 늦어졌고 쟁점과 논란이 어느때보다 첨예하기 때문이다.
최임위가 법정 심의 시한을 지킨 적은 1988년 최저임금제도 도입 이후 9번에 불과하다.
지난 4일 전원회의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인재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은 "표결이 아닌 노사 합의로 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으나 실제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지금까지 총 37번의 최저 임금 결정에서 7번만 합의로 결정됐다. 비율로는 18.9%에 불과하다.
최저임금위는 17∼21일 서울, 광주, 창원, 전주, 완주의 사업장 현장 방문을 거친 후 이달 마지막주에 전원회의를 재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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