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채영 기자]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받는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이 수사 결과 이첩 전후로 신원식 현 국방부 장관과 십여차례 통화한 기록도 나왔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당시 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였던 신 장관은 같은 달 1~8일 총 13차례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고, 국방부가 기록을 회수하는 등 수사 자료가 오고가던 긴박한 시점이다.
신 장관은 이른바 'VIP 격노설'이 있던 7월31일 전에도 이 전 장관과 통화를 나눴다. 7월28일 세 차례, 29일과 30일 한 차례 통화했다. 이같은 자료는 중앙군사법원에 제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신 장관은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개입하게 된 건 8월11일"이라며 "그전까지는 장관님의 판단이나 엄정한 수사에 방해가 될까 안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측이 확보한 통신사실 조회 결과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은 지난해 8월2일 3차례 전화 통화를 나눴다. 이날은 해병대 수사단이 임성근 전 1사단장 등 간부 8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한 날이다.
이 전 장관은 8월3일 방문규 국무조정실장과 두 차례, 4~7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다섯 차례,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과 7차례 8일 윤 대통령과 한 차례 통화했다.
이 전 장관 측 변호인은 전날 JTBC 뉴스룸에서 진행된 '채상병 사건' 공개토론에 참석해 "이 전 장관은 지난해 7월31일 해병순직 사건 관련으로 대통령의 격노를 접한 사실 없다"고 주장했다.
'VIP 격노설'을 두고는 "격노가 법률적으로 문제라고 하는 것은 처음이다. 법률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는 억지 의혹제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공수처 수사나 박 전 단장 항명 사건 군사 재판에서도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 내용은 공개하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연이어 통화 기록이 발견되면서 공수처의 '윗선' 수사 진행도 관심거리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해병대 채상병 사건 수사 보고를 받는 중이라며 7월 통화 기록을 확보하는 데 만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통화기록은 최대 1년까지만 조회가 가능하다.
공수처는 지난 3월께 국방부 조사본부를 현장 방문해 면담 형식의 조사를 진행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국방부 쪽 참고인 조사는 계속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실 관계자나 이 전 장관,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을 조사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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