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 그만 죽여라"…훈련병 사망에 부모들 울분


국방부에 진상규명 촉구

군인권센터와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고 무사귀환 부모연대 회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개최한 육군 12사단 훈련병 가혹행위 사망 사건 규탄 및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에서 군 사망 사건 피해 유족이 슬퍼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해병대 채 상병 순직에 이어 최근에는 강원 인제군의 한 부대에서 군기훈련을 받던 훈련병이 사망하면서 군 장병 부모들은 한목소리로 국방부에 진상 규명 및 가해자 수사를 촉구했다.

군인권센터는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으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엔 바뀐 것이 없고 여전히 군인들을 쓰다 버리는 소모품으로 취급할 뿐"이라며 "확실한 재발방지대책은 분명한 진상 규명에서 출발한다. 진상 규명 없는 재발방지는 허상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군 장병 부모로 구성된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고 부모연대' 소속 회원 약 50명이 함께했다. 지난 2022년 11월 육군 12사단에서 군 복무 중 집단 괴롭힘 끝에 극단 선택을 한 고(故) 김상현 이병의 아버지 김기철 씨도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김 씨는 "우리 아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12사단에서 아들 한 명이 또 가혹한 얼차려를 받다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이 자리에 나왔다"며 "숨기고 감출 생각하지 말고 우리 아이들 좀 그만 죽여라"고 호소했다.

사망한 훈련병 동기 아버지는 편지를 통해 "아직까지도 17개월이나 남은 하루가 천년 같은 시간"이라며 "지금이라도 데려오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헤아릴 수 없는 공포와 고통의 시간을 보낸 아들도 부모를 위로하는데 사고가 난 지 열흘이 넘도록 왜 이 나라는 누구 하나 사과하지 않는 것이냐.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현역 병사의 어머니는 "2014년 고 윤승주 일병, 2022년 고 김상현 이병 등 고통받고 사망하는 사건이 최근까지 진행 중이고 무려 10년이 지나서야 원인 규명이 되는 등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든 많은 사건들이 있었다"며 "왜 아파도 제대로 된 치료 한번 못 받고 죽어서야 내 새끼 얼굴을 보게 되는지, 군대에서 다친 사고를 왜 내 치료비를 내며 병원을 다녀야 하는지, 왜 아들이라는 이유로 불합리함을 참고 견디며 희생해야 하는지 정말 묻고 싶다"고 했다. 윤승주 일병은 지난 2014년 선임병들의 가혹행위로 군 복무 중 사망했다.

부모들은 이어 "나라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자유를 포기한 우리 아들들이다. 훈련소에서 모든 것이 서툴겠지만 적어도 목숨을 내놓아야 할 만큼 자유를 포기한 대가를 이렇게 혹독하게 치러야 하는지 국방부는 답하라"며 "연이어 일어난 이 참담한 사고에 책임지고 모든 국군장병과 부모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신병교육대대에서 훈련병 6명은 떠들었다는 이유로 다음날 오후 완전군장을 차고 연병장을 돌았다. 이 과정에서 한 훈련병의 안색과 건강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아 다른 훈련병들이 집행간부에게 보고했으나 별다른 조치 없이 계속 얼차려가 이뤄졌다. 이후 해당 훈련병은 쓰러져 의식을 잃었으며 민간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지난 25일 오후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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