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시형 기자] 내년도 의과대학 모집인원 확대에 전공의와 의대 교수 등 의사들 반발이 여전한 가운데 국민 10명 중 8명은 의사들이 환자 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서던포스트에 의뢰해 지난달 28~29일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5.6%가 "의사들이 집단행동을 중단하고 환자 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답했다. "집단행동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12%에 불과했다.
'의대 증원을 백지화하지 않으면 의료개혁을 위한 대화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단체 입장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응답자의 86.5%가 "증원과 관계없이 대화에 참여해야 한다"고 했다.
수련병원과 공공병원 지원도 찬성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정부가 필수·중증·응급의료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수련병원을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82.2%는 "찬성한다"고 답했다. '공공병원을 지원해야 한다'는 응답도 85.9%였다.
보건의료노조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국민 절대다수가 동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준 것"이라며 "증원을 백지화해야 한다는 의사단체들 주장도 더 이상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전공의와 의대생, 의대 교수들이 낸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 결과를 놓고도 응답자의 70.4%가 "법원 판단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잘못된 판단'이라는 응답은 18.1%에 그쳤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1.5%였다.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구회근 부장판사)는 지난달 16일 의대 증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각하 또는 기각 결정했다. 재판부는 전공의와 교수들의 신청은 각하했지만 의대생들의 신청 자격은 인정했다. 다만 의대생들의 권리 침해보다 공공복리를 우선해 이들의 신청을 기각했다. 의사들은 불복해 대법원에 재항고했다.
지역의사제 도입을 묻는 질문에는 85.3%가 찬성했다. 공공의대 설립은 81.7%가 지지했다.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는 의대생이 졸업 후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지역에서 근무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응답자들은 무분별한 개원이나 병상 증축을 통제하는 정책도 대체로 긍적적으로 평가했다. 62.0%는 무분별한 병상 증축 통제 정책에, 55.4%는 무분별한 개원 통제 정책에 찬성한다고 각각 답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최근 촛불집회에서 '한국 의료 사망'을 선고하고 6월에 더 큰 싸움을 시작하겠다고 예고한 대한의사협회(의협)의 태도는 국민 여론을 정면으로 역행해 거대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며 "의사단체들은 의대 증원 백지화만 내세우지 말고 국민의 뜻에 따라 의료개혁 대화에 참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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