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노동법원' 추진…법조계는 숙원 해결 기대


윤 대통령 '노동법원 임기 내 신설' 언급…'실효성 의문'도

조희대 대법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제61회 법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배정한 기자

[더팩트ㅣ송다영 기자]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노동법원 설치'를 언급하면서 법조계는 오랜 과제가 풀릴 수 있을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민생토론회에서 "임기 중 노동법원 설치에 관한 법안을 낼 수 있도록 지금부터 빨리 준비해달라"며 "노동부와 법무부가 협의를 하고 필요하면 사법부와도 협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이후 이성희 고용부 차관과 심우정 법무부 차관이 만나 노동법원 설립 논의와 관련된 일정, 방향, 원칙들을 논의하는 등 실무 협의에 들어갔다.

정부 차원의 노동법원 추진은 참여정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위에서 논의가 시작됐다. 이후 18대부터 21대 국회까지 노동법원 신설 법안이 꾸준히 발의됐으나, 입법부 차원의 논의나 합의에 이르지 못해 번번이 폐기됐다.

노동법원이 필요한 이유로는 현재의 노동쟁송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현재는 노동 분쟁이 일어날 경우, 행정적 구제기관인 노동위원회를 먼저 거치게 된다. 차례별로 지방노동위원회-중앙노동위원회를 거치고 난 뒤에도 당사자가 조정이나 심판에 불복할 땐 사법 기관인 사건이 행정법원으로 넘어오게 된다. 이후 고등법원, 대법원까지의 절차를 거치면 사실상 '5심제'가 된다. 이 때문에 현 구조상으로는 노동쟁송 절차가 오히려 노동자 구제를 지연시킨다는 단점이 지적돼 왔다. 이외에 노동법은 복잡하고 전문성이 요구되므로 법원 신설로 전문법관을 양성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사법부는 노동법원 설치에 긍정적이다. 이종훈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의 2019년 '노동쟁송절차 개선 연구'에 따르면 판사 31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6.3%가 노동법원 설치에 찬성했다. 노동 전담 재판부 경험이 있는 판사만 따지면 찬성률이 83.8%로 올라갔다.

노동법원이 필요한 이유로는 82.5%가 ‘노동위원회와 법원으로 이원화된 현행 노동쟁송절차를 노동법원으로 통일해 신속하고 효율적인 분쟁해결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대법원도 노동법원 설치를 지지해왔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 때 사법행정자문회의는 전문법원 중에서 노동법원을 최우선으로 설치해야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더팩트 DB

익명을 요구한 한 판사는 "전문법원이 생기면 판사의 근무 패턴이나 주기 등에서 전문화가 용이해지고 전문법원 차원에서도 전문화를 위해 최적화된 사업과 연구가 진행될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신속한 사건처리 면에서도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새로운미래를위한청년변호사모임 소속 김지연 변호사는 "노동은 매우 전문적인 분야다. 노동법만의 법리가 있고 노동법 판례와 노동위원회 판정례, 결정례도 방대하다"라며 "노동법원이 설치된다면 전문적인 판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법원도 노동법원 설치를 지지해왔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 당시인 2019년 사법행정자문회의는 전문법원 중에서 노동법원을 최우선으로 설치해야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법원행정처와 공무원노조 법원부는 2019년 노사 단체협약에 노동법원 설치를 위해 공동노력한다는 조항을 넣을 정도로 공감대를 이뤘다.

노동법 전문가이기도 한 조희대 대법원장의 행보도 주목된다. 조 대법원장은 노동법에 관심이 큰 판사와 변호사들의 모임인 '노동법실무연구회' 3대 회장 출신이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노동법원 설치를 놓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노동사건이 굉장히 법리가 어려워서 지체되는 사건이 많다. 노동법원 도입은 상당히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변호사수 증가 이후 경쟁이 치열해진 법조 시장도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 노동법원이 설치되면 노동위원회가 처리하던 사건들 상당수가 넘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노동 전문 역량을 강화하는 추세인 로펌들의 움직임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다만 노동법원이 실제 설치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은 많다. 현재 노동위원회가 원할하게 사건을 처리하고 있는데 노동법원을 분리하면 오히려 해결이 지체될 수 있다는 의견도 많다. 중앙노동위원회에 따르면 처리 사건 96.6%가 노동위 단계에서 종결된다.

노동법원 신설에 드는 막대한 예산, 법관 발령 문제 등도 난관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1대 발의된 노동법원 설치 법안에 대한 비용을 계산했을 때, 5개 고등노동법원과 8개 지방노동법원 등 13곳 노동법원 설치를 가정했을 때 2025년부터 5년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재정은 최소 118억 원에서 최대 1조1387억 원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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