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파장] 가슴에 근조, 손에는 촛불…거리에 나선 의사들


덕수궁 앞 5000명 모여 촛불집회
전공의 주축…"정부, 절충점 찾아야"

정부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반발한 의사들이 30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대한의사협회(의협)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 정부 한국의료 사망선고 촛불집회에 참석해 피켓과 촛불을 들고 있다./김시형 기자

[더팩트ㅣ김시형 기자] 정부가 의과대학 증원이 포함된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발표한 30일 의사들이 거리에 나와 촛불을 들었다. 대한의사협회(의협)와 교수들은 물론 전공의와 의대생까지 모여 정부를 비판했다.

의협은 이날 오후 9시부터 10시30분까지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대한민국 정부 한국의료 사망선고'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개원의와 의대 교수, 전공의, 의대생 등 주최 측 추산 5000여명이 참석했다. 의협에 따르면 참석자 상당수는 전공의다. 서울아산병원에서만 300명 이상의 전공의가 가세했다.

이들은 일제히 촛불을 들고 가슴엔 검정색 근조 배지를 단 채 정부의 의대 증원을 강력히 반대했다. '고집불통 의대증원 대한민국 의료사망', '국민건강 사망 의학교육 사망', '무너진 의료정책 국민도 의사도 희망 없다' 등이 적힌 피켓도 눈에 띄었다.

임현택 회장은 "후배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이 100일 넘는 적지 않은 시간 동안 너무나 고생이 많았다"며 "외로운 싸움이 되지 않도록 선배들이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계속 나라 망하는 길로 가겠다면 의사들은 시민들과 함께 이들을 끌어내리는 선봉에 설 것"이라면서 "(의대) 교수님들이 의협과 한마음 한뜻으로 가주기로 결정했다. 개원의, 봉직의 선생님들도 환자를 살리는, 우리나라 의료를 살리는 외로운 싸움에 적극 나서주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임 회장은 전날 SNS에 "정신차리고 일사불란하게 따라오라"며 총파업을 암시했으나 집회에서는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집회에 참석한 전공의들도 선배들과 한목소리를 내겠다고 다짐했다. 정형외과 사직 전공의 신모(31) 씨는 "전공의로서 사직 말고는 특별히 할 수 있는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다른 의사들과 이렇게 모여 한뜻을 확인해 뜻깊은 시간인 것 같다"고 전했다.

참석자들이 고집불통 의대증원 대한민국 의료사망, 국민건강 사망 의학교육 사망, 무너진 의료정책 국민도 의사도 희망 없다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장윤석 기자

또다른 사직 전공의 정모(31) 씨는 "준비한 촛불을 다 나눠주지 못할만큼 많은 전공의들이 참석했다"며 "(의정 갈등이) 장기간 계속되고 있어 관심도 많이 줄고 다들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우려스러운 마음에 나왔다"고 말했다.

정 씨는 정부를 향해 "환자들을 정말 걱정했으면 이렇게까지 강경하게 입장을 고수하지 않았을 텐데 환자를 봐서라도 어떻게든 합의점을 찾았으면 좋겠다"며 "의협을 교섭단체로 인정해주고 논의를 지속해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의료 시스템이 잘 굴러가고 있다고 자신하는데 병원 내부는 터지기 직전"이라며 "지금은 적은 인력으로도 어떻게든 환자들의 수술을 해주고 있는데 더 지속되면 조만간 암환자조차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의협 주최 촛불집회는 서울을 비롯해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전주 등 전국 7곳에서 동시다발로 진행됐다. 의협은 전국에서 촛불집회에 참석한 인원을 총 1만여명으로 추산했다.

rocker@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