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다영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에게 이혼에 따른 재산 분할로 1조 3808억 1700만 원을 지급하라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법원이 노 관장이 SK 가치 증가에 기여했다고 인정한 결과다.
서울고법 가사2부(김시철 부장판사)는 30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원고인 최 회장이 피고인 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 원과 재산분할로 1조 3808억17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22년 12월 1심 재판부가 인정한 위자료 1억 원과 재산분할 665억 원에서 대폭 늘어난 금액이다. 노 관장 측은 항소심에서 현금 2조 원대 재산분할을, 30억 원의 위자료를 요구했다.
2심 재판부는 혼인 기간, 생성 시점, 형성 과정 등에 비춰 SK 주식 등을 포함한 최 회장의 재산 형성에 노 관장의 기여도가 있어 부부 공동재산이라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가 SK 주식을 특유재산으로 판단해 두 사람의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했던 결정을 뒤집은 것이다.
노 관장 측은 항소심에서 부친인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이 최 회장의 부친인 고 최종현 선대회장에게 343억 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비자금이 1992년 SK그룹 증권사 인수, 1994년 최 회장의 대한텔레콤과 현재 그룹 지주사인 SK㈜ 주식매입 등에 쓰였기에 SK 재산 형성 과정에서 자신의 기여도가 있다는 것이다.
2심 재판부는 "최 회장의 SK 주식은 혼인 기간에 취득된 것이고 SK 주식의 상장이나 이에 따른 주식의 형성, 그 가치 증가에 관해선 1991년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원고 부친(최 전 회장)에게 상당 자금이 유입됐다고 판단된다"라며 "최 전 회장이 태평양증권을 인수하는 과정이나 이동통신 사업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당시 노 전 대통령이 최 전 회장에게 보호막이나 방패막이 역할을 하며 결과적으로 성공적 경영활동에 유·무형적 도움을 줬다고 판단한다"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1988년 결혼했으나 최 회장은 2015년 혼외자의 존재를 공개하며 2017년 7월 법원에 이혼 조정을 신청했다. 이혼을 거부했던 노 관장도 2020년 2월엔 최 회장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노 관장 측은 위자료 3억 원과 최 회장이 보유한 1조 원 상당의 SK 주식 절반(649만여 주)의 재산 분할을 요구했다.
1심은 최 회장이 재산분할로 665억 원, 위자료 명목 1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에서는 SK 주식이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사실상 노 관장이 패소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노 관장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노 관장 측 변호인은 선고 후 취재진에게 "방대한 기록과 증거를 세심히 살펴 실체적 진실을 밝혀주신 재판부에 감사한다"며 "혼인 순결과 일부일처제에 대한 헌법적 가치를 깊게 고민해준 아주 훌륭한 판결"이라고 밝혔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SK에 지원했다는 자금을 놓고는 "비자금이라고 인정된 바는 없고 추징금도 전액 완납한 단계"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