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9명 악성민원 경험…공무직 노동자도 예외 없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29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기관 공무직 노동자의 89.4%가 악성 민원을 경험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용산구 민원실에서 특이민원 대비 모의훈련을 실시하는 모습. 사진과 기사는 무관함. /용산구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정부기관 공무직 노동자 10명 중 9명이 악성 민원을 경험할 만큼 심각하지만 정부 대책은 전무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9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일하는 공무직 노동자 255명을 대상으로 지난 16~22일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89.4%가 지난 1년간 한 가지 이상의 악성 민원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공무직 노동자가 가장 많이 겪은 악성 민원은 '혼잣말 욕설 등 기타 폭언(79.1%)'과 '반복전화(77.6%)', '인격모독과 상해협박(73.7%)'이었다. '직접 욕설(72.1%)', '장시간 전화(71.8%)', '보복성 행정 제보와 신고(63.9%)', '성희롱(52.5%)'이 뒤를 이었다.

기관별 민원 특징도 드러났다. 국민권익위원회에 종사 중인 공무직 노동자 100%는 반복 전화(동일 내용 3회 이상)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직접 욕설(98%)과 혼잣말 욕설 등 기타 폭언(98%) 경험도 많았다.

경찰청에서 근무하는 공무직 노동자 80% 이상이 경험했다고 답한 악성 민원 유형은 반복 전화(87%), 혼잣말 욕설 등 기타 폭언(85%), 장시간 전화(80%), 보복성 행정 제보와 신고(80%) 등이다.

/공공운수노조 제공

공무직 노동자들의 65.5%는 악성 민원으로 수면장애 등 건강 문제를 경험했다고 답했으며 '업무 몰입 및 효율성 저해(82.0%)'와 '직무스트레스 증가(87.1%)', '자존감 하락(82.0%)' 등도 호소했다.

악성 민원이 발생했을 때 대응 방법을 묻는 질문에는 '개인적으로 참는다'는 응답이 43.8%로 가장 많았다. 소속기관에서의 신체·심리적 피해 회복을 위해 어떤 조치를 했냐는 질문에는 '아무 조치하지 않았다'가 60.2%로 가장 많았다. 악성 민원 발생 당시 소속기관의 지원이 충분했냐는 질문에도 '지원이 필요했으나 받지 못했다'는 답이 49.8%였다.

설문에 참여한 공무직 노동자는 "악성 민원 예방과 피해자 보호를 위해 악성 민원인 통화 종료나 상담 거부 등과 같은 민원 담당자의 권한 강화, 기관 차원의 대응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공공운수노조는 "악성 민원의 피해는 공무원과 공무직을 가리지 않지만, 정부의 악성 민원 방지 대책에는 공무직이 없다"며 "지난 23일 행정안전부 면담을 진행해 이후 발표되는 지침에 민원 담당자로 명시할 것을 약속받았지만, 명시된 내용은 공무원에게만 적용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공무직은 악성 민원 피해에 더해 정부 대책 차별까지 이중의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라며 "정부는 권한 없다는 말만 반복할 것이 아니라 보완 방안을 고민하고 악성 민원 개선을 위한 협의체에 공공운수노조 등 공무직 노동조합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는 지난 2일 '악성 민원 방지 및 민원 공무원 보호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3월 악성 민원에 고통받다 숨진 채 발견된 경기 김포시 9급 공무원 사건을 계기로 마련된 정부 차원의 조치다. 민원인이 욕설·협박·성희롱 등 폭언을 하면 통화를 종료할 수 있도록 하고 악성 민원 전담대응팀 구축 등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해당 대책에 공무직 노동자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 공공운수노조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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