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소현 기자] 음주 뺑소니와 운전자 바꿔치기 등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이 21일 경찰에 출석했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음주 뺑소니 혐의를 모두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취재진을 피해 몰래 경찰서에 들어가고, 조사를 마친 뒤에도 취재진 앞에 서길 거부하며 5시간 넘게 귀가를 거부하고 버틴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날 오후 2시께 도로교통법 위반(사고후 미조치)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등 혐의를 받는 김 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김 씨는 오후 5시께 조사를 마쳤지만 포토라인을 두고 경찰과 이견을 보이며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 씨는 '기자들 빠지기 전까지는 절대 나가지 않겠다'며 강경하게 버틴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이날 경찰에 출석하면서도 취재진을 피해 몰래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갔다.
결국 8시간40여분 만인 오후 10시40분께 취재진 앞에 선 김 씨는 "죄인이 무슨 말을 하겠냐"며 "조사를 잘 받았고 남은 조사가 있으면 성실히 임하겠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매니저에게 대리 자수를 지시했냐',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카드 증거 인멸에 가담했냐', '사고 당일 술을 얼마나 마셨냐' 등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준비된 차량을 타고 경찰서를 빠져나갔다.
김 씨는 이날 음주운전 혐의와 관련해서만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김 씨를 상대로 사고 발생 경위와 음주량 등을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향후 혈중알코올농도를 유추하는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사고 당시 김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를 밝혀낼 계획이다.
김 씨 측 법률대리인 조남관 변호사는 "음주운전을 포함해 사실 관계를 모두 인정했고 성실히 조사를 받았다"며 "마신 술의 종류와 양 등을 구체적으로 말씀드렸다. 순간의 거짓으로 국민을 화나게 했지만 뒤늦게라도 시인하고 국민께 용서를 구하고 있다. 국민들이 노여움을 좀 풀어주셨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구속을 피하려 뒤늦게 범행을 인정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구속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라며 "양심에 기초해서 더이상 거짓으로 국민을 화나게 해서는 안 된다는 마음이었다. 김 씨도 충분히 공감하고 동의했다"고 답했다.
'당초 공개 출석하겠다고 했다가 비공개로 바꾼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경찰청 공보규칙 16조에 따르면 비공개가 원칙"이라며 "경찰은 피의자의 출석에 있어서 사진 촬영 등을 허용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보호 조치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 다만 김호중 씨가 유명 가수인 관계로 국민에게 직접 사과를 했고 고개를 숙이는 게 마땅하나 아직 본인의 사정이 여의치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 씨의 음주운전 혐의 뿐만 아니라 소속사 차원의 사건 은폐 및 증거 인멸 의혹 등을 밝히기 위해서도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전날에는 김 씨 소속사를 추가 압수수색했다. 지난 16일에 이어 두 번째 압수수색이다. 김 씨가 사고 당일 탔던 차량 3대의 블랙박스가 모두 사라진 것을 확인, 경위 등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김 씨와 김 씨 소속사 대표, 김 씨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를 제거한 소속사 본부장, 김 씨를 대신해 허위 자수한 매니저 등 4명에 대해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 출국금지도 신청해 법무부 승인을 받았다.
김 씨는 지난 9일 오후 11시40분께 서울 강남구의 한 유흥주점에서 술을 마신 뒤 차량을 운전하던 중 마주 오던 택시와 충돌하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고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김 씨 매니저는 사고 직후 경찰에 출석, 본인이 운전해 사고를 냈다고 허위 자수했다. 김 씨는 귀가하지 않고 경기 구리시의 한 호텔로 갔다가 약 17시간 뒤인 다음 날 오후 4시30분께 경찰에 출석, 자신이 직접 운전했다고 인정했다. 김 씨 매니저는 범인도피 혐의로 입건됐다.
이후 소속사 대표 이모 씨는 입장문을 내고 김 씨가 유흥주점을 방문했으나 음주는 하지 않았고 매니저에게 자수를 지시한 것도 자신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 19일 "자사 아티스트 김호중 논란과 더불어 당사의 잘못된 판단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김 씨의 음주운전 및 사고 은폐 의혹을 시인했다. 경찰은 이 씨와 소속사 본부장을 범인도피 교사 혐의로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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