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영봉 기자] 8조원 규모 사업비가 투입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을 두고 벌어진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간 소송전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 중대범죄수사과가 일원화해 수사한다.
13일 경찰에 따르면 양사가 고소·고발한 사건은 모두 경찰청 국수본 중대범죄수사과에 배당됐다. 경찰은 이미 수사가 진척된 상황에서 고소·고발이 접수됐고 현재 수사 중인 전 방위사업청장의 직권남용 사건과도 얽혀 있는 것을 감안해 수사 주체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3월에 한화오션 측 고발장이 접수됐고 5월에 현대중공업 측 고발장 1건이 접수됐다"며 "한화오션 고발인 조사는 마쳤고, 현대중공업 관계자가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KDDX 사업은 이지스 체계 전체를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첫 사업으로 사업비는 7조8000억원 규모다. 2030년까지 총 6척 발주 예정인데, 함정사업에서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이, 기본설계는 현대중공업이 수주했다.
양사의 갈등은 방사청의 기본설계 업체 선정 과정에서 현대중공업 직원 9명이 지난 2014년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 KDDX 보고서(3급 군사기밀)를 불법 취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깊어졌다. 해당 직원들은 지난해 11월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2월 대표나 임원이 개입하는 등 청렴 서약 위반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현대중공업의 KDDX 사업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하지 않는 행정지도를 내렸다.
이에 한화오션은 지난 3월 방사청의 결정을 반박하는 기자설명회를 열고, 현대중공업 임원 개입 증거라며 피의자 신문조서 등 일부 수사 기록을 공개했다. 이어 현대중공업 임원이 이 사건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경찰청 국수본에 고발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3일 한화오션 측을 허위 사실 적시 및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청 국수본에 맞고소했다. 한화오션 임직원들이 의도적으로 편집된 수사 기록을 언론에 공개해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자사 직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게 현대중공업 측 주장이다.
경찰은 현대중공업의 명예훼손 고소건에 대해서는 "병합 요건에 맞지 않아 별도의 수사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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