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소현 기자]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는 미안함을 반복하고 싶지 않습니다. 대통령님,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주십시오."
지난해 7월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 중 사망한 고(故) 채수근 상병과 함께 복무했던 해병대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채상병 특검법' 수용을 촉구했다.
7일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당시 채 상병과 함께 수색 중 급류에 휩쓸렸다가 구조된 예비역 해병 2명은 이날 윤 대통령에게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안(채상병 특검법) 수용을 촉구하는 공개편지를 보냈다. 특검법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에 외부의 압력이 있었는지를 밝히기 위한 특검 임명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들은 편지를 통해 "두 달 뒤면 수근이 1주기"라며 "사령관님과 사단장님 같은 분들도 아무렇지 않게 참석할 것이다. 하지만 저희는 그런 자리에 가기 어려울 것 같다. 두려움과 분노를 견디기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수근이를 맘껏 그리워하고 솔직하게 미안해할 수 없을 것 같다"며 "후임들은 현역 군인이니 (자리에)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죄지은 마음으로 다녀올 것이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용기 내 대통령님께 보내는 편지를 쓰게 됐다. 채상병 특검법을 수용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채상병 특검법을 '죽음을 이용한 나쁜 정치'라고 표현한 대통령실의 입장을 뉴스로 접했다"며 "사고가 발생하고 벌써 9개월이 지났다. 이만큼 기다렸으면 이제는 특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진실을 알고 싶다"며 "피해 복구를 하러 간 우리를 아무 준비도 없이 실종자 수색에 투입한 사람은 누구인가. 가만히 서 있기도 어려울 만큼 급류가 치던 하천에 구명조끼도 없이 들어가게 한 사람은 누구인가. 둑을 내려가 바둑판 모양으로 흩어져 걸어 다니면서 급류 속에서 실종자를 찾으라는 어이없는 판단을 내린 사람은 누구인가. 현장과 지휘 계선에 있었던 모두가 누구의 잘못인지 잘 알고 있는데 아직도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덧붙였다.
앞서 국회는 지난 2일 채상병 특검법을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이에 대통령실은 "채 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해 정치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정치"라며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두 예비역 해병이 전해 온 진심이 특검법이 통과되기 무섭게 '특검법 통과는 나쁜 정치'라고 맹비난한 대통령에게 과연 '나쁜 정치'란 무엇인지 다시 고민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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