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영봉 기자] 경찰관에게 욕설하고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들이 잇따라 벌금형과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공권력 위축을 막기 위해 법원 판결의 전향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13단독 김재은 판사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모(56‧여) 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이 씨는 지난해 8월11일 밤 12시50분께 서울 구로구 한 식당 앞에서 술에 취해 소란을 피우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부순 혐의를 받고 있다. 현행범 체포된 이 씨는 경찰차에서 옆자리에 앉은 경찰관의 목 부위를 손바닥으로 치는 등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을 폭행한 것으로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도 "범행을 자백하고 초범인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서모(55) 씨는 지난해 11월1일 오전 4시8분께 서울 강서구 노상에서 멱살을 잡히는 등 폭행당했다는 취지의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 씨는 귀가 요청에 따라 순찰차에 탑승해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경찰관에게 욕설하며 밀치고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서 씨는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공권력 경시 풍조 근절, 국가 법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술에 취해 판단이 흐려진 상태이며, 범행 후 경찰관에게 찾아가 사과하고 경찰관도 재판 과정에서 처벌을 원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경찰관에게 욕설하고 위협해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모(62) 씨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조 씨는 지난해 11월16일 오전 7시50분께 서울 구로구의 한 식당에서 무전 취식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욕설하고 빈 소주병으로 때릴 듯이 위협한 혐의를 받는다.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말 기준 공무집행방해는 총 6710건으로 이중 경찰관 대상 범죄가 6190건(92%)에 달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공무집행방해는 지난 2020년 1만789건에서 2021년 9366건으로 줄었다가 2022년 1만827건으로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공무집행방해는 직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을 폭행 또는 협박하는 행위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재판 결과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는 드물다. 경찰 관계자는 "민원인이 경찰을 폭행해 재판에 넘겨진 후 약한 처벌이 나오는 소식을 들을 때면 사기 저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사기 저하와 공권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가 공권력 집행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줘야 공권력이 살아나는데 지금 사례처럼 벌금이나 집행유예에 그치는 판결이 계속 나온다면 경찰관은 활동이 더욱 위축되거나 제약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법원의 태도가 전향적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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