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다영 기자] 후원업체에서 뒷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KIA 타이거즈의 장정석 전 단장과 김종국 전 감독이 3일 첫 재판에서 부정 청탁을 받은 적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재판부는 검찰 측에 공소사실 자체만으로는 범죄 구성요건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허경무 부장판사)는 이날 배임수재 등 혐의를 받는 장 전 단장과 김 전 감독의 첫 재판을 열었다. 두 사람에게 1억 6000만 원을 건넨 혐의(배임증재)를 받는 사업가 김 씨도 함께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았다.
장 전 단장은 2020년 5~8월 자유계약(FA)을 앞둔 KIA 소속 박동원 선수(현 LG트윈스)에게 최소 12억 원의 계약금을 받게 해 주겠다며 세 차례에 걸쳐 2억 원을 요구했다는 혐의(배임수재미수)를 받는다.
김 전 감독은 2022년 7월 야구장 감독실에서 KIA 타이거즈 후원사인 사업가 김 씨에게 선수 유니폼 광고 계약 관련 편의 제공 등 부정한 청탁을 받고 6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두 사람에게는 같은 해 10월 감독실에서 A씨에게 펜스 홈런존 신설 등 추가 광고 계약 관련 편의 제공 청탁 대가로 각각 5000만 원 등 총 1억 원을 수수한 혐의도 있다.
이날 장 전 단장과 김 전 감독, 사업가 김 씨는 모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부정청탁이 없었으니 배임수재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논리다.
장 전 단장 측은 "(박동원 2억 원 요구의 경우) 배임수재미수가 성립하려면 먼저 상대방의 부정청탁이 있어야 하는데 박 씨는 어떤 청탁도 하지 않았다. 따라서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라며 "(1억 수수 관련 혐의는)피고인이 1억원을 교부받은 사실은 인정하지만 광고 계약 체결 등과 무관한 것"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김 전 감독 측 역시 "피고인은 감독으로 광고후원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아니고 부정한 청탁도 받은 적이 없다"며 "피고인이 받은 돈은 청탁의 대가가 아닌 선수단 격려금이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사업가 김 씨 측도 "부정청탁과 관련해 돈을 준 것이 아니다. 프로야구 광고시장은 광고주가 청탁하는 곳이 아니라 오히려 광고주를 구하기 위해 구단이 부탁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피고인은 선수단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돈을 줬다. 평소 피고인은 (자신이 애정하는) 3대 축으로 가족, 사업, KIA 타이거즈라고 할 정도로 열렬한 팬"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이 범죄 구성요건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배임수재죄는 '부정한 청탁을 받고'라는 구성요건이 있다. 누구에게 어떠한 부정한 청탁을 받았다는 게 공소사실에 기재돼 있지 않다"라며 검찰의 석명을 요구했다.
이에 검찰 측은 입장을 정리해 다음 기일에 의견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다음 공판은 6월 4일 오후 2시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