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영봉 기자] 전공의 집단 이탈에 따른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공중보건의사(공보의)들이 상급종합병원으로 파견된 가운데 지역에 남은 공보의들이 지역행사에 동원되면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26일 대한공보의협의회(대공협)에 따르면 전국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최근 지역행사에 공보의를 투입하고 있다. 행사 의료지원 인력으로 공보의를 차출하고 있는 것이다. 전남과 전북, 경남 등에서만 지역행사에 투입되는 공보의가 최소 30명에 달한다는 게 대공협 설명이다.
공보의는 군 복무를 대신하는 의사로, 보건의료 취약지역 보건소나 보건지소, 지방의료원 등에서 3년간 진료업무를 담당하는 임기제 공무원이다. 지자체장이 민원 편의 등 공무수행상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는 공보의에게 시간 외 근무를 명하거나 주말 근무를 명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공보의가 보건지소 업무 외 지역행사에 차출되는 것은 관행이다.
문제는 최근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공보의들이 대거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남은 공보의들이 지역행사까지 투입되면서 업무가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11일부터 1‧2차로 상급종합병원에 파견된 공보의는 총 289명에 달한다. 전체 의과 공보의 1209명 중 24%에 달하는 수치다. 파견 대신 지역에 남은 공보의들은 평소보다 많은 순회진료를 돌면서 피로가 쌓인 상황이다. 최근에는 공보의들이 정부에 특별휴가까지 요청했다.
파견 2명을 제외한 6명 의과 공보의가 11곳 보건지소를 담당하고 있는 전북 한 지자체의 경우 당장 5월3일 지역행사에 공보의 2명 투입을 요청했다. 해당 지역 공보의 A 씨는 "현재 병원 파견으로 인원도 너무 적은 상황인데 지역 축제까지 차출돼 너무 힘들다"며 "지자체에서는 협조 요청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투입되면 안 되는 분위기다. 우리를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존재라고 여기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파견 1명을 제외한 11명 의과 공보의가 17곳 보건지소를 담당하고 있는 경남 한 지자체도 지난달 31일 지역행사에 공보의 2명을 투입시켰다. 해당 지역 공보의 B 씨는 "지자체에서 지난 추석과 설날 명절에 공보의 당직을 원해 거절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이번 지역행사에도 거절을 못했다"고 호소했다.
대공협은 남은 공보의를 지자체 행사까지 반강제적으로 투입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이성환 대공협 회장은 "지금 말도 안 되는 정도로 업무가 늘어났다"며 "사실 올해 의과 공보의 251명이 신규로 들어온 것보다 더 많은 인원이 파견 근무 중인 비상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지역행사까지 투입되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야간근무 등 추가 수당도 최저임금 수준이라 처우 개선도 요구했다. 이 회장은 "행사 투입으로 공보의가 지급받는 수당도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다"며 "초과근무 수당이 시간당 9900원 수준으로 처우가 매우 열악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지자체는 지역행사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규정에 따라 공보의를 투입시킬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지자체 한 관계자는 "공보의는 임기제 공무원으로 지방공무원복무규정에 따라 지자체장이 필요하다고 하면 근무를 명할 수 있다"며 "지역에서 큰 행사의 경우 안전관리계획을 세워야 하고, 의료진이 투입돼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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