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황지향 기자] 이태원 참사 방지 안전대책을 수립하지 못한 혐의로 기소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이 사고 예견 가능성을 두고 검찰 측과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재판에 참석한 유가족들은 끝내 눈물을 보였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권성수 부장판사)는 22일 오후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를 받는 김 전 청장의 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검찰은 "김 전 청장은 이태원에 인파가 몰릴 것이란 관련 보고를 여러 차례 받았지만 구체적 지시를 하지 않았다"며 "이미 다중 운집 행사 매뉴얼과 구체적인 방법까지 구성하고 있었는데도 기동대 배치, 교통통제, 폴리스라인 등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고를 예견할 수 없어 사전 대책을 마련할 수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으나 예년보다 많은 인파 집중이 있을 것이란 객관적인 예측은 사건 발생 전 서울청 내에서 계속 보고됐다"며 "법률과 매뉴얼 규정 등 구체적인 업무를 수행해 주의 의무를 다했어야만 했다"고 강조했다.
김 전 청장 측은 무죄를 주장했다. 김 전 청장 측 변호인은 "검찰 측이 언급한 보고서에 따르면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예상했던 것"이라며 "10만명의 인파가 한순간에 한 지점으로 몰린다는 내용이 아니라 핼러윈 주말 3일 동안 그 정도의 인파가 예상된다는 취지였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이날 생존자와 유가족 의견도 들었다. 생존자 김모 씨는 "생존자에게 진정한 치유는 진상 규명뿐"이라며 "'놀러 가서 죽은 게 아니라 일상을 살다가 참사를 당했다. 우리는 모두 어디를 가도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올 수 있게 국가가 지켜줘야 한다'라는 말을 심리 상담사가 아닌 국가로부터 듣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 지하철 참사,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는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그대로 둬 비롯된 것"이라며 "더 이상 잘못된 것을 물려줄 수는 없다. 더 나은 어른들이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을 부디 보여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재판을 지켜보던 유가족은 끝내 눈물을 보였다.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류미진 전 서울청 인사교육과장과 112 상황실 간부도 이날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류 전 과장은 참사 당일 서울청 상황관리관 당직 근무를 했다.
김 전 청장은 지난 2022년 10월29일 서울 이태원에서 열린 핼러윈 축제 당시 대규모 인파 운집으로 안전사고 발생 위험성을 예견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158명을 숨지게 하고, 312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김 전 청장이 당시 적절한 경찰력을 배치하지 않고 지휘·감독도 소홀히 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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