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전국의대교수 비대위원장 "1년 유예도 무의미…4월이 마지노선"


최창민 전의교 비대위원장 인터뷰
"의대 증원 절차 중지만이 해결책"
"5월 넘어가면 더이상 쓸 카드 없어"

최창민 전국 의과대학 교수(전의교)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서울 송파구 모처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윤석 기자

[더팩트┃박준형·이윤경 기자] 최창민 신임 전국 의과대학 교수(전의교) 비상대책위원장이 "이제는 의대 증원 1년 유예안도 의미 없고, 증원 절차 중지만이 해결책"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강행하는 의대 2000명 증원 절차를 전면 중단하고 원점에서 재논의하자는 것이다. 그는 "5월로 넘어가면 더 이상 해결책이 없다"며 이달 말까지를 전공의 집단 이탈과 의대 교수 피로 누적 등에 따른 의료공백 장기화 사태의 분수령으로 내다봤다.

최창민 전의교 비대위원장은 지난 19일 <더팩트>와 진행한 단독 인터뷰에서 "전공의 행정처분을 없애고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 증원 규모를 줄이는 것으론 전공의들을 설득할 수 없다"며 "유예가 아니라 의대 증원 절차를 중지하고 정원은 나중에 결정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비대위원장은 지난 11일 방재승 1대 비대위원장에 이어 2대 비대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최 비대위원장이 선출된 이유는 전공의와 소통을 강화하고 의사단체와 긴밀하게 협력하기 위한 차원이다. 최 비대위원장은 과거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6기 공동대표를 지냈으며,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당시 의정 합의로 신설된 의료제도발전특별위원회 전문위원을 역임한 경험이 있다.

이에 최 비대위원장은 의사들이 한목소리를 내기 위한 중재 역할에 방점을 뒀다. 그는 "전공의와 의대생들 의견을 최대한 들어주면서 가야 한다"며 "전공의를 비롯해 대한의사협회(의협), (또 다른 의대 교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등과 소통하면서 같이 갈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사회적 협의체 구성에는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책임 있는 사람이 나오지 않은 채 결정 못 하는 사람들과 만나봤자 의미 없다"라며 "사회적 협의체 구성은 이상일 뿐이다. 대통령 입으로 얘기하기 힘드니 면피용으로 내세운 것"이고 단언했다.

그는 다음 주를 이번 의정 갈등 사태 해결을 위한 분수령으로 봤다. 전공의들이 복귀해 수련을 재개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 이달 말까지란 것이다. 지난달 말부터 의대 교수들이 제출한 사직서 효력도 이달 말부터 발생한다. 그는 "다음 주가 중요하다. 전공의들도 5월까지 돌아오면 수료가 가능하다"며 "교수들도 사직서가 수리되면 일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불법이 되기 때문에 환자들 돕고 싶어도 도와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창민 전국 의과대학 교수(전의교)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서울 송파구 모처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윤석 기자

다음은 최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의정 갈등 사태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중책을 맡았는데.

방재승 전 비대위원장과도 잘 안다. 그때 해결됐으면 좋았다. 이제는 중재가 필요한 상황이다. 중재는 일방적 설득이 아니다. 들어줘야 한다. 전의교협은 전체 교수들의 협의체라 행동이나 움직임이 조심스러운 면이 있다. 전의교 비대위는 그런 상황에서 빨리 행동할 필요가 있어 만들어졌다. 전공의와 의대생들 의견을 최대한 들어주면서 가는 면이 필요해 계속 소통하고 있다. 전의교협 김창수 위원장도 자주 소통한다. 의협도 이제 지도부가 바뀌니까 소통을 강화할 것이다. 앞으로 소통하면서 같이 갈 것이다.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당시 의정 합의로 신설된 의료제도발전특별위원회 전문위원도 역임했다. 그동안 변한 게 있나?

당시 의료제도발전특위에 전공의 대표로 들어갔다. 당시에도 수련제도 바꾸는 개선안을 올렸지만 안됐다. 지금이랑 똑같다. 제일 중요한 건 전공의 수련환경을 바꿔야 한다. 미국의 경우 의대 졸업 후 의학 교육에 국가재정을 지원하는데 우리는 없다. 그동안 정부가 의지를 갖고 추진했으면 됐을텐데 제도 및 여건 개선 하나도 안 됐다. 이후 2020년 정부가 공공의대 설립 문제를 꺼내 들었다. 코로나19 시국이었는데, 정부는 꼭 취약한 시기에 그런 걸 던진다. 의사들이 차마 못 하겠지하는 단순한 생각이다.

-당시와 지금 전공의들 차이가 있는지.

우리 아들, 딸도 얘기하면 많이 다른데, 지금 전공의들도 다르다. 전공의들이 생각을 많이 하고 결정한 것이다. 고심하고 결정했으니 생각을 안 바꾼다.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있긴 하지만 남에게 피해를 안 주는 성향이다. 복귀해봐야 의미도 없고 이번이 마지막이겠구나 생각한다. 전공의들은 그래도 당당한 것이다. 자기 선택에 책임을 지겠다는 건 확실한 것 같다.

-의료진들 피로도 누적된 상태고 병원도 경영 어려워지고 있다. 상급종합병원 내지 의료현장의 전반적인 상황은 어떤가?

대부분 상급종합병원들이 몇백억 원 적자를 보고 있을 거다. 제일 걱정은 지방대학병원 등 좀 약한 병원들이다. 그런 병원들은 원래부터 취약했는데 사태가 길어지면서 크게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대학 총장이 의대 증원을 한다는 것도 문제지만 재단이 끼어 있는 경우, 손해 본다고 생각하는 순간 문을 닫아버릴 것이다. 그나마 국립대는 정부가 지원하겠지만 그것도 다 세금이다.

-오는 25일이면 의대 교수 사직서 제출 한 달이 된다. 사직 효력이 발생하게 되는데 향후 교수들 움직임은.

병원마다 좀 다르겠지만 아산병원은 사직서가 접수된 상태다. 단지 나가는 날짜만 차이가 난다. 이미 지쳐서 나가는 분들도 있다. 일이 힘들어서 나가는 것이 아니다. 지금 내가 여기서 뭐하냐는 생각에 미래가 안 보이는 것이다. 희망을 갖고 있었는데 매번 정부 발표를 볼 때마다 희망이 안 보인다. 사직서 제출은 집단 행동의 표현으로 처음 시작됐다. 하지만 집단 행동을 하면 모든 진료를 중지해야 한다. 교수들은 그렇게까지 하지 않는다. 다만 이제는 사직서가 수리되면 일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전산화되면서 모든 게 순식간에 삭제된다. 불법이 되기 때문에 환자들 돕고 싶어도 도와줄 수 없다.

-의사단체들은 2000명 증원 규모 백지화, 원점 재논의로 목소리가 모아지는 듯하다.

백지화는 가장 센 표현이고, 의사 전체 목소리는 원점 재논의다. 처음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잠시 멈추는 유예가 아니다. 전공의 행정처분을 없애고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 줄이는 건 안 된다. 2000명에서 줄이는 협상이 안 먹히는 상황을 만들어놨다. 지금은 전공의를 설득할 수가 없다. 대통령을 믿어보고 일단 돌아오라고 할 수 없다. 전공의들 의지는 확실하다.

최창민 전국 의과대학 교수(전의교)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서울 송파구 모처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윤석 기자

-의대 증원 1년 유예 의견도 있다.

총선 전까지만 해도 증원 규모를 논의하겠다고 했으면 의사들이 내부적으로 어떻게 했을 수 있다. 이제 줄이는 건 의미 없어졌다. 전공의, 의대생들은 더 강경해질 것이다. 증원 절차를 중지해야 한다. 의사 전체 목소리는 원점 재논의다. 정부가 던지면 따로 만나서 얘기해볼 수는 있을 것이다. 내부적으로 논의는 하겠지만 전공의와 평생 원수가 되는 것이다. 1년 유예는 법을 집행하려고 하는데 멈추는 것이다. 우리는 유예가 아니라 의대 증원 절차를 중지하고 정원은 나중에 결정하자는 것이다.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고 의대생들도 유급되면 몇 년 후 의사 배출이 안 되는 등 의료대란이 우려된다. 사태 해결이 언제쯤 가능하다고 보나?

의료대란은 이미 시작됐다. 전공의들 사직서는 수리가 안 됐지만 전임의들 사직서는 이미 수리됐다. 일부만 돌아온 것이다. 전임의가 나오지 않으면 교수 할 사람이 없다. 당장 자리가 있어도 보낼 사람이 없게 된다. 그래서 다음 주가 중요하다. 전공의들이 군대를 다녀와서 5월에 입사하면 10개월 인정해준다. 10개월 못 채웠다고 수료를 안 시켜 주진 않는다. 하지만 5월로 넘어가면 더 이상 카드가 없다.

-다음 주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출범한다.

정부와의 대화는 책임 있는 사람이 나오지 않으면 의미 없다. 결정 못 하는 사람들과 만나봤자다. 만약에 비서실장같은 분들이 나온다면 비공개로 만날 생각은 있다. 그런데 (그런 분들 연락이 없어서) 누군지도 모른다. 안철수 의원이랑은 계속 통화한다. 전공의들 복귀 조건은 중지라고 전달했다. 사회적 협의체 구성은 이상일 뿐이다. 본인도 이상적인 얘기라고 하더라. 그래서 지금은 의정 협의체라고 하는 걸로 안다. 2000년 당시 의료제도발전특위는 합의사항 중 하나로 만든 것이다. 지금 사회적 협의체는 똑같은 얘기 아닌가. 대통령 입으로 얘기하기 힘드니 자기들끼리 모여서 얘기하려고 하는 것 아닌가. 면피용에 불과하다. 들어오라는 얘기도 없었다.

-의대 증원 절차 중지 없이는 의정 협의체도 들어가지 않겠다는 뜻인지.

굳이 만날 이유가 없다. 의대 증원 절차 중지 없이는 들어가지 않는다.

-이 상태라면 강대강 대치가 계속 갈 것 같다. 향후 대책은?

마지막 카드 중 하나는 병원 문을 그냥 닫자는 거다. 나도 그렇고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더 많다. 사실상 쓸 카드가 없다. 계속 이 상태로 갈 수밖에 없다. 교수들이 번아웃으로 지쳐가는 상황이다. 계속 끌고 가는 게 쉽지 않다. 어쨌든 환자를 포기하지 못한다는 것은 확실하다.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은.

환자 분들께는 죄송하다. 체력이 닿는 데까지는 해볼 것인데 신규 환자분들께는 더 죄송한 마음이다. 5월이 되면 뭔가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환자 분들을 압력의 수단으로 쓰지는 않을 것이다. 일단은 최선을 다해 환자를 보면서 전공의가 돌아올 날을 기다려볼 예정이다. 그이 돌아올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최대한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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