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파장] 꿈쩍않는 의사들…정부정책 불신에 '의사불패' 경험


여론 변화, 총선도 변수로 등장
"선거 이후까지 장기화" 관측도

2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전공의들은 전날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도 별다른 복귀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전공의들은 지난 2월19일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떠난 후 현재까지 정부와의 대화를 거부하며 침묵을 지키고 있다. 심지어 의대 졸업 후 인턴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의대 졸업생 2697명 중 90%에 달하는 2400여명은 올해 상반기 임용 등록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조소현·이윤경 기자]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결정과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불붙은 의정갈등이 총선 전에도 돌파구를 찾기 쉽지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의료정책에 대한 불신과 '의사불패' 경험, 여론의 변화, 총선 변수 등으로 의사들이 정부와 대화할 가능성도 낮게 점쳐진다.

2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전공의들은 전날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도 복귀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전공의들은 지난 2월19일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떠난 후 현재까지 정부와 대화를 거부하며 침묵을 지키고 있다. 심지어 의대 졸업 후 인턴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의대 졸업생 2697명 중 90%에 달하는 2400여명은 올해 상반기 임용 등록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의들이 병원에 돌아오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정책에 대한 불신과 불만 때문이다. 단순히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필수·지역의료를 살릴 수 없다는 게 전공의들 주장이다. "정부의 필수의료 살리기 대책이 구체적이지 않다",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구체적 계획이 없다" 등 지적이 나온다.

전공의들은 "낮은 수가 때문에 필수의료 분야에는 전문의 인력을 최소한으로 고용하고 전공의들을 갈아 넣고 있다. 필수의료 분야를 선택해도 수련이 종료된 후 전문의로 일할 수 있는 자리가 없다"며 현행 필수의료 체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필수의료 패키지의 경우 구체적 계획이 없어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논의가 진행되려면 2000명이라는 숫자를 테이블에 올려야 가능하다"고 했다.

이동찬 더프렌즈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의사들이 강남에서 비급여 진료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비인후과나 소아과,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분야로 개원하기 힘든 구조 때문"이라며 "전공의들이 원하는 것은 수가 정상화"라고 진단했다. 정혜승 법무법인 반우 변호사도 "전공의들은 열심히 수련을 받아도 본인 전공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적당한 자리가 없는 것도 문제인데 의사 수만 늘린다고 하니 계속 교착 상태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가 자발적인 사직서 제출을 예고한 지난달 25일 서울 한 대학병원 인턴 전공의 공간에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배정한 기자

사실상 전공의 대체 인력이 없다는 점 때문에 복귀가 쉽지않다는 분석도 있다. 이 때문에 과거 의정 갈등 상황에서도 '의사불패'는 이어져 왔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당시 병원의 약 처방이 불가능해지자 의사들은 대규모 파업에 돌입했다. 2020년에도 정부가 의대 증원을 추진하자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총파업을 선언하고 전공의들은 집단휴진에 들어갔다. 정부는 결국 의대 증원과 공공의대 설립을 포기했다.

전공의들은 정부의 3개월 면허정지 행정처분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면허정지 처분을 받아도 1년 쉬는 것 이상의 불이익이 없기 떄문에 압박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는 3개월 동안 면허가 정지되면 전문의 자격 취득 시기가 1년 미뤄진다고 주장하지만 향후 취업 등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

한 의료법 전문 변호사는 "의사들은 당장 일을 그만둬도 취업할 곳이 많기 때문에 1~2년 정도는 추이를 지켜볼 수 있다"며 "지하철 노조 등의 파업과는 다르다. 국민은 절박한데 의사들은 절박하지 않은 상황이라 자꾸 반복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태 장기화에 따른 여론 변화도 작용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의대 2000명 증원을 발표한 지난 2월 초만 하더라도 여론조사 결과 의대 증원을 찬성하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의정 갈등에 따른 의료공백이 7주째 접어든 현재는 찬반 양론이 팽팽하다. 환자들 불편이 가중되고 시민들도 피로감을 호소하면서 여론이 달라진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정부가 2000명 방침을 버리고 증원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늘고 있다. 한국갤럽이 서울경제신문에 의뢰해 지난달 28~2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65%는 '정부와 의료계가 협상을 통해 증원 규모를 조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원안을 고수해야 한다'는 응답은 31%에 그쳤다.

의료계 안팎에선 총선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이번 사태가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 모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는 "내부에서 이번 사태가 8월까지 갈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다들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신현호 법률사무소 해울 변호사는 "선거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면서도 "사태가 장기화할 것 같다"고 했다.

정부가 요구하는 의료계 단일 대화 창구가 마련되기 쉽지 않아 의정 갈등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정혜승 변호사는 "정부가 창구를 단일화하라고 했지만 창구가 단일화되지 않는 게 의사 집단"이라며 "문제가 길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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