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이원석 검찰총장은 28일 '테라·루나 사태' 핵심인물 권도형 씨를 들며 "우리나라가 범죄자가 오고 싶어하는 나라'로 전락한 것은 아닌가 깊은 회의에 빠진다"고 말했다.
이원석 총장은 이날 대검찰청사에서 열린 월례회의에서 "'검수완박' 이후 효율적으로 범죄에 대응해 피해를 예방하고 피해자를 보호하여 공동체를 지키는 역할과 기능은 현저히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몬테네그로에 구금 중인 권 씨는 미국 대신 한국으로 송환되기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는 사실상 종신형인 징역 100년형 이상을 선고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총장은 권 씨와 최근 방문했던 강도상해 피해자 유족들을 비교하며 "2년 전, 70여년간 유지돼왔던 형사사법시스템이 국민적 우려에도 법안 발의부터 공포까지 불과 18일만에 ‘정쟁의 결과물’로 전락했던 소위 ‘검수완박’ 입법이라는 참담한 시기를 되돌아보게 된다"고 했다.
이어 "‘검수완박’과 그 1년 전의 ‘수사권 조정’이라는 모험적 사법시스템 도입 후 2년이 지난 현재 수사기관의 역량을 쏟아부어도 범죄에 제때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며 "고소인·피고소인, 피해자 등 사건관계인은 물론 검찰, 경찰, 변호사 모두 사법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신뢰하지도, 만족하지도 못하는 것이 엄연하고 냉정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총장은 "형사사법 시스템을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쉽게 고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또 고치면 된다는 정쟁의 대상으로 전락시킨 그 누구도 국민의 피해에 책임을 지지 않았고, 망가진 제도를 다시 복구하려고도 하지 않았다"며 "현재 우리 사법시스템이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게다가 범죄자에게 유리하도록 잘못 설계된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살펴 들여다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야권은 최근 총선 과정에서 검찰의 수사·기소권 완전 분리, 검찰청의 기소청 전환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 총장의 지적은 이같은 움직임을 에둘러 비판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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