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진 논란' 돌아본 변호사 윤리…피해자·의뢰인 다 놓쳤다


후보 사퇴 조수진 "변호사 직업윤리 따라"
의뢰인 위했지만 2차 가해까지 정당화 안돼
"피해자 탓 부적절…잘못은 인정시켜야"

국회의원 후보자와 기관 고위직 수장으로 거론되는 법조계 출신 인사들의 변호사 시절 수임했던 사건이 논란이 되자 변호사업계도 직업 윤리를 되새겨보는 눈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서울특별시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류삼영(오른쪽) 동작을 후보, 조수진(왼쪽) 강북을 후보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정채영 기자] 공직에 진출하는 법조계 인사들의 변호사 시절 수임 사건이 논란이 되면서 직업 윤리가 재조명되고 있다. 의뢰인을 위해 최선을 다한 변론이더라도 2차 가해까지 정당화될 수는 없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수진 변호사는 지난해 초등학교 4학년 여자아이를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체육관 관장 A 씨를 변호했다.

피해자는 2017년부터 관장에게 지속적인 성폭행을 당해 인두유종바이러스에 감염되는 등 성병을 얻기도 했다. 3년이 지난 후 피해자가 부모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수사와 재판 절차가 시작됐다.

당시 A 씨를 변호하던 조 변호사는 다른 성관계를 통해 성병이 감염됐을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제3자 성폭행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의 아버지까지 언급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2차 가해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 변호사의 변론에도 A 씨는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2심 재판부도 체육관 학생들의 진술과 피해자의 심리검사 결과, 산부인과 의사의 의견 등을 근거로 A 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징역 10년을 확정했다.

논란이 커지자 조 변호사는 "변호사 직업윤리에 기해서 법에 근거해 변론을 한 것"이라는 해명을 남기고 더불어민주당 강북을 후보직에서 사퇴했다.

최근 공수처장 후보자로 추천된 오동운 변호사도 과거 상습 성범죄자를 변호했다는 이유로 도마에 올랐다.

법조계는 이들이 혐의 경중을 떠나 의뢰인의 이익을 최선으로 삼았다는 사실은 정당하다고 본다.

실제로 변호사 직업윤리 장전 3장 의뢰인에 대한 윤리 17조는 '변호사는 의뢰인이나 사건의 내용이 사회 일반으로부터 비난을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수임을 거절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헌법상 모든 피고인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갖고 있고 변호사가 자의로 사건을 선택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죄질이 좋지않은 피고인이더라도 변호했다는 사실만으로 비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공감대가 있다.

서초동의 A 변호사는 "단순히 성범죄자를 변호했다는 이유로 법조인을 비판해서는 안 된다"며 "이번 사건도 변호사 윤리 장전에 위배된다고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재판 과정에서 2차 가해로 보일 수 있는 변론을 펼쳤다는 점은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변호사 직업 윤리 장전이 2차 가해까지 허용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대법원 자유의 여신상/더팩트DB

조 변호사의 변론은 의뢰인과 피해자 모두에게 적절하지 못한 선택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형사 전문 B 변호사는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를 비난하는 것은 가장 간단한 방법처럼 보이지만 결론적으로 의뢰인과 피해자 모두에게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29조는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의 인격이나 명예가 손상되거나 사적인 비밀이 침해되지 아니하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사건과 무관한 피해자의 사생활에 관한 신문 또는 진술이 이루어지거나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 또는 공포감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여성인권위원회도 성명에서 "아동성폭력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유발하는 내용의 변론을 한 행위는 우리 위원회가 추구하는 본질적인 가치에 어긋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며 "변호사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인간의 존엄성과 인격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행위에 나아간 경우 '성실한 변론 수행'으로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했다.

A 변호사는 "성병의 발병이 다른 인과 관계에서 발생했을 수 있다는 주장까지는 몰라도 아버지와 남자친구에게서 발생했을 것이라는 의심은 부적절하다"며 "재판부의 입장에서 봤을 때도 변호인의 무리한 변론은 피고인에게 절대 유리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B 변호사도 "(피고인에게도) 잘못은 인정하고 반성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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