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해인 기자] 늦은밤 아이를 안고 응급실을 찾아 헤매는 수난을 막기 위해 서울 전역에 공공심야 어린이병원 운영 근거를 마련하는 주민조례가 추진된다.
서울시의회는 최근 서울시 365 공공심야어린이병원과 안심간병서비스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 청구의 보정청구인명부를 공표했다.
25개 모든 자치구에 공공심야 어린이병원을 설치·지정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야간 어린이 진료가 가능한 병원을 확충해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와 같은 사태를 막는다는 취지다.
지난해 5월 6일 밤 광진구 군자동에서 고열에 시달리던 5살 어린이가 응급실을 찾지 못해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이전부터 꾸준히 문제제기가 있었는데 이를 계기로 논의에 탄력이 붙었다.
대표 청구인인 정재민 녹색정의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등 의료공백이 큰 만큼 서울시가 책임을 지고 어린이병원을 자치구별로 1곳 이상은 지정해야 한다"며 "의료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다른 지자체는 환자들의 간병비를 지원하는 곳이 있다. 서울시도 이런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시의회 조례상 주민조례청구는 2만5000명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후 청구인명부 공표, 명부 열람 및 이의신청, 서명부 유·무효 검증, 보정기간, 수리·각하 심사결정 등을 거쳐 청구조례안이 발의된다.
지난해 3월부터 6개월간 주민 2만6936명이 주민조례 청구를 위한 서명에 참여했다. 검수 결과 중복·오류로 2600여명의 동의가 더 필요하다. 최근 3200여명의 서명을 받아 다시 제출했다. 청구인 명부 공표는 25일까지다.
블로그 등 SNS에도 서명 동참을 호소하는 글이 쏟아진다. 한 시민은 '일부 소아과는 주말에도 열지만, 밤이나 새벽에는 경증이어도 응급실에 찾아가야만 한다'며 '부모 입장에서 어디든 뛰어가는 건 당연하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시급한 환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하는 미안함도 있었다'고 적었다.
시는 지난해 사건을 계기로 이미 각종 대책을 추진 중이다. 소아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매일 오후 9시부터 자정까지 '우리아이 야간상담센터'를 운영할 예정이다. 시간대와 중증도에 따라 △우리아이 안심의원·달빛어린이병원(1차 의료기관) △우리아이 안심병원(2차 의료기관) △우리아이 전문응급센터(3차 의료기관) 등으로 안내한다.
이 중 24시간 응급진료가 가능한 곳은 2·3차 의료기관이다. 준응급 소아환자가 대상인 우리아이 안심병원은 서울의료원·서울성모병원·삼성서울병원·은평성모병원·강북삼성병원·순천향서울병원·이대서울병원·보라매병원 등 8곳이다. 중증·응급 소아환자를 전담치료하는 우리아이 전문응급센터는 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대학교병원 등 3곳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모든 병원의 응급실이 원활하진 않아서 (소아진료가) 조금 어려울 수는 있지만 대부분 지키려고 하고 있다"며 "지난해 소아과 오픈런 이후 민간병원과 시립병원 모두 (응급센터) 지정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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