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세종=박은평 기자] "유연근무는 우리 사회가 직면해 있는 저출산과 청년 일자리, 수도권 집중, 교통 혼잡 등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최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근무혁신 우수기업을 방문해 이같이 말했다.
우리나라는 심각한 저출생으로 국가소멸까지 거론되는 등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노동시장의 구조 변화가 저출생 극복을 위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상황에 맞춰 일·육아 병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인연협회가 지난해 4월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MZ세대가 취업하고 싶은 기업은 '워라밸'이 36.6%로 가장 많았다. 이어 월급(29.6%), 정년보장(16.3%) 등의 순이었다.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유연근무를 통해 청년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워라밸'을 맞춰 좋은 인재를 확보할 수도 있다.
이에 정부는 더 많은 기업들이 유연근무를 활용할 수 있도록 경험이 없어 고민하는 기업에게 컨설팅도 제공하고, 인프라 투자도 지원한다.
이와 함께 유연근무를 선도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은 우수기업으로 선정해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우수기업은 3년간 정기 근로감독 면제, 금리 우대, 정부지원사업 우대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실제 '근무혁신 우수기업'들이 어떻게 일하는 방식을 바꿔 경쟁력을 확보했는지 살펴봤다.
◆ "시차출퇴근으로 삶에 여유 생겼어요"
에듀테크 스타트업 '매쓰홀릭'은 2018년부터 자율출퇴근제를 도입했다. 시차출퇴근제를 기본으로 재택근무를 선택할 수도 있다.
시차출퇴근을 한다고 해도 콘텐츠팀은 전원 같은 시간에 퇴근을 맞추는 등 팀 내에서 업무에 지장 없게 조율해 활용했고, 고객지원팀처럼 유연근무 도입이 어려운 부서는 바쁘지 않은 날 돌아가며 연차를 소진하지 않는 휴무를 주는 방법으로 부서별 갭을 줄였다.
꼭 필요한 보고만 간소하게 할 수 있도록 대면보고나 회의를 줄이고 비대면 협업 툴을 활용하고 있다.
시차출퇴근제를 이용하는 한 직원은 "사람이 많은 시간대를 피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게 돼, 일찍 퇴근해서 여유로운 저녁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아주 만족한다"며 "병원 진료나 은행 방문 등 1~2시간 정도 볼일이 있을 땐 반차가 아닌 시차출퇴근을 이용해서 업무와 필요한 개인 용무를 마음 편히 해결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 근무혁신 성공비결은 '매뉴얼'
전자계약 플랫폼을 운영하는 '비즈니스온커뮤니케이션'의 근무혁신 계기는 코로나19였다. 감염예방 차원에서 출퇴근 시간을 유동적으로 조정하기 위해 시차출퇴근제를 도입했는데 초과근로가 줄어 업무효율이 높아지면서 직원들의 만족도도 동반 상승했다.
1시간 단위 출근시간 선택은 직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30분 단위로 쪼갰다. 이후 시차출퇴근제 활영은 53%나 늘었다.
2023년 1월부터는 연장근무 시 부서장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연장근무 사전승인제'를 운영하고 자신의 근로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근태관리 시스템' 등 근무혁신을 시스템화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덕분에 연차휴가 사용은 46%까지 늘어났다.
유연근무제를 처음 시행했을 때는 직원들끼리 근무계획을 어떻게 수립해야할지 몰라 혼란스러울 때도 있었다. 이때 회사는 유연근무제 활용 매뉴얼을 제작해 배포하고 직원들을 지속적으로 교육했다.
이병두 비즈니스온컴니케이션 대표이사는 "근무혁신에 성공하려면 직원들이 매력을 느낄만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제주도에서 바다보며 일해요"
스마트AI교통시스템 개발 업체 '서경산업'은 설립 초기부터 업무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자유로운 근무방식을 지향해 왔다. 모든 근로자에게 노트북을 지급하고, 재택근무 및 원격근무제를 도입했다.
본사까지 거리가 먼 근로자들은 재택근무를 하거나 가까운 거점 사무실에서 원격근무를 하고 있다. 현재 양천과 안양, 제주 지점에 스마트워크 오피스가 마련돼 있다. 몸은 제주도에 있지만 업무를 하는 곳은 기존 사무실과 다름없이 안정적인 근무가 가능한 것이다.
근무혁신 결과 최근 5년새 매출은 3배 이상, 근로자 수는 6배 이상 늘었고 초과근로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 등 눈에 띄는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경영관리팀 한 직원은 "업무내용을 항상 공유하고, 중간보고 후에 피드백도 받으니까 굳이 대면하지 않아도 업무진행에는 문제가 없다"며 "오히려 간단명료하게 보고하고 소통하는 능력이 길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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