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산 넘어 산]③ 대기업 계약학과도 외면…입시 '의대 블랙홀' 커진다


"임원 퇴직 후 의대 준비"…N수생 폭발적 증가 전망
주요대 대기업 계약학과 이탈률↑…"의과학 인력 양성"

정부가 전국 의과대학 정원을 2000명 늘리기로 하면서 의대 광풍 현상은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내년도 대학입시에서 반수생, 재수생은 물론, 이공계 재학생, 직장인까지 N수생이 역대급으로 몰릴 것이란 관측이다. 2000명 증원에 따라 의대 입학정원은 5058명이 된다. 그렇잖아도 최상위권 인재를 빨아들이는 의대 블랙홀로 인해 이공계는 인재난이 우려된다. /이동률 기자

[더팩트ㅣ장혜승·이윤경 기자] 정부가 전국 의과대학 정원을 2000명 늘리기로 하면서 의대 광풍 현상은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장 내년도 대학입시에서 반수생, 재수생은 물론, 이공계 재학생, 직장인까지 이른바 'N수생'이 역대급으로 몰릴 것이란 관측이다. 2000명 증원에 따라 의대 입학정원은 5058명이 된다. 그렇잖아도 최상위권 인재를 빨아들이는 의대 블랙홀이 커지면 이공계는 더 큰 인재난이 우려된다.

◆ 반수생부터 직장인까지 너도나도 의대 도전 러시

21일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의대 반수에 도전하겠다는 글이 줄을 이었다. 경북에 있는 한 대학에 다닌다는 A 씨는 "빠른 01년생, 전자공학과 4학년인데 2019학년도 수능에서 2·1·2·4·3등급(국어·수학·영어·탐구1·탐구2 등급)을 맞았다. 이번에 의대 도전해보겠다"고 했다. 이 글에는 '나도 하고 싶다', '하고 싶은데 너무 예전에 수능하고 안 한지 오래돼 고민중' 등 댓글이 달렸다.

또 다른 학생 B 씨는 "문디컬로 약대 준비한다. 의대 증원해서 약대도 입결 밀리겠지"라는 글을 올렸다. 문디컬은 문과와 메디컬의 합성어로 사회탐구 영역으로 지원 가능한 의약계열 대학을 의미한다.

직장인들도 가세했다. 대기업 계열사에 재직 중인 박모(40) 씨는 "임원 퇴직하고 의대를 준비하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사교육업체 메가스터디교육은 직장인들의 의대 입시 관련 문의가 쏟아지자 지난 18일 서초 의약학전문관에 의대 전문 직장인 대상 야간특별반인 '수능 올인(ALL in) 반'을 개설했다. 종로학원은 따로 직장인반 별도 편성 계획은 없지만 의대 준비를 희망하는 직장인을 반수반에 배정한다.

지방 의대생들의 반수가 증가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이번 의대 증원으로 경인권 의대로 반수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인권의 경우 지역인재전형이 없어 비수도권에 비해 지원 조건의 문턱이 낮기 때문에 수험생들의 도전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수능 준비를 하는 반수생뿐만 아니라 수시를 준비하는 반수생도 증가할 것"이라며 "이런 수시 반수생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 때문에 대학에서도 이탈률에 대한 고민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전국 의과대학 정원을 2000명 늘리기로 하면서 의대 광풍 현상은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내년도 대학입시에서 반수생, 재수생은 물론, 이공계 재학생, 직장인까지 N수생이 역대급으로 몰릴 것이란 관측이다. 2000명 증원에 따라 의대 입학정원은 5058명이 된다. 그렇잖아도 최상위권 인재를 빨아들이는 의대 블랙홀로 인해 이공계는 인재난이 우려된다. /더팩트DB

◆ 이공계는 위기…수도권 의대로 반수생 쏠릴 듯

의대 쏠림 현상과는 반대로 이공계 위기는 깊어지고 있다. 졸업과 동시에 대기업 취업이 보장되는 주요 대학 계약학과마저 등록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상황에 기름을 부을 것으로 보인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올해 연세대와 고려대, 서강대, 한양대 등 서울 4개 대학 대기업 계약학과의 수시 최초합격자 미등록 비율은 48.4%에 달했다.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는 50%, 고려대 반도체공학과는 50%, 서강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는 55%, 한양대 반도체공학과는 78.1%가 미등록했다.

정시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는 92%, 고려대 반도체공학과는 50%, 서강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는 30%, 한양대 반도체공학과는 30%가 미등록했다. 4개 대학 최초합격자의 62%가 등록하지 않고 다른 학교로 진학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경인권 의대가 34.9% 증가하면서 수도권 의대 쏠림에 상당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규모"라며 "특히 상위권 5개 의대 중 성균관대는 40명에서 120명, 울산대 의대는 40명에서 120명으로 현재보다 3배 증가한 만큼 상위권 이공계 대학 재학생 중 반수를 고려할 학생이 상당수 나타날 수 있는 규모"라고 평가했다.

올해 입시부터 의대를 비롯해 최상위권 대학 이공계열, 주요 대학 합격선에 변동이 생길 가능성도 크다. 임 대표는 "지방권에서는 수능 1등급 학생 수보다 의대 모집정원이 더 많아지는 현상이 최초로 발생할 것"이라며 "1등급이 아니어도 지방 의대 진학이 가능해졌다"고 분석했다. 이만기 소장은 "최상위권 대학의 자연계열은 점수가 하락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정부가 당장 내년부터 전국 의과대학 정원을 2000명 늘리기로 하면서 첨단 학과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졸업과 동시에 대기업 취업이 보장되는 주요 대학 계약학과 등록 포기율이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 기름을 부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입시업계에서는 이번 정원 확대로 직장인이나 재수생은 물론 지방 의대생들까지 반수에 뛰어들 거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서울성모병원 내부 모습./김영봉 기자

이공계에서는 기술패권 시대 인력 부족을 우려하면서도 의대 블랙홀 현상을 막을 수 없는 만큼 의과학 인력 양성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세휴 한국공과대학장협의회 회장(경북대 공과대학장)은 지난해 12월 열린 한 토론회에서 "정부는 반도체 전문인력을 육성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지만 우수한 고급 인력들은 공대 아닌 의대 쪽으로 몰리고 있다"며 "우수한 인재들이 의사가 된다면 기술패권 시대에 수출이 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비록 인적 자원도 출산율 저하로 급격히 감소하고 있지만 대한민국의 우수한 인재들이 각 산업 분야별로 고르게 분포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방향을 잡고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이제 의대로 인재가 몰리는 현상을 막을 수는 없는 것 같다"며 "반수생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수도권 모든 대학들이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학생 이탈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왕 의대로 가는 거 의과학 분야로 많이 갔으면 좋겠다"며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의과학이 더 중요해진 만큼 의대생들이 다 임상의사가 되지 말고 의과학 쪽으로도 많이 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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