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채영 기자] 대법원 판결을 앞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비례대표로 출마를 선언했다. 만약 조 전 장관이 당선 뒤 실형이 확정될 경우 다음 순위로의 비례대표 승계를 방지해야 한다는 이른바 '조국방지법'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3부(김우수 김진하 이인수 부장판사)는 지난달 8일 조 전 장관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600만원의 추징 명령을 내렸다. 조 전 장관은 자녀 인턴 확인서 허위 발급 등 입시 비리, 딸의 장학금 부정 수수 등 혐의를 받는다. 2017년 청와대 민정수석 재임 당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비위를 확인하고도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중단시킨 혐의도 받는다.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앞둔 조 전 장관은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후보 2번으로 총선에 도전한다.
이를 두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례 정당에서 유죄가 확정된 경우 승계를 금지하는 법안을 공약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이 언급한 공약은 조 전 장관이 대법원에서 실형을 확정받으면 다음 순위가 의원직을 이어받게 되는 것을 겨냥한 법안으로 '조국방지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3일 이른바 '조국·황운하 방지법'(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국은 2005년부터 자치구·시·군 단위에 비례대표제를 채택, 2020년에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총의석수는 정당 득표율로 정해지고 지역구에서 얻은 의석수가 전국 정당 득표율에 미치지 못하면 비례대표 의석을 통해 총 의석을 보장하는 방식을 말한다.
공직선거법 제200조 제2항은 비례대표 국회의원 및 비례대표지방의회의원에 궐원이 생긴 때에는 선거구선거관리위원회는 궐원된 의원이 그 선거 당시 소속한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자명부에 기재된 순위에 따라 의석을 승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조항은 당선인이 선거범죄로 당선무효형을 받은 경우 비례대표 의원직 승계를 금지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2009년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8:1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려 2010년 법 개정을 통해 이 조항은 삭제됐다.
헌재는 "해당 조항은 선거범죄를 범한 비례대표 국회의원 본인의 의원직 박탈에 그치지 않고 의석 승계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결과적으로 해당 정당에 비례대표 국회의원 의석을 할당받도록 한 선거권자들의 정치적 의사표명을 무시하고 왜곡하는 결과를 초래, 헌법의 기본원리인 대의제 민주주의 원리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법리적인 관점에서는 조 전 장관의 비례대표 출마와 유죄 확정 시 의석 승계는 문제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비례대표는 사람이 아닌 정당 명부에 투표하는 것이기 때문에 승계 금지는 비례대표제 취지에 반한다는 이유도 있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2009년 헌재의 판단은 조 전 장관의 사례와 달리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헌재의 판단이었다는 차이가 있다"며 "선거법 위반 사건에서도 승계를 시켜줘야 한다고 판단했는데 하물며 선거법 관련 혐의가 아닌 경우는 당연히 승계해 주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형이 확정되지 않은 조 전 장관은 피선거권이 박탈되지도 않는다. 헌재 연구관 출신 한 변호사는 "(조 전 장관의 출마는) 피선거권이 있는 한 헌법상 기본권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2심까지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것은 도의적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자리만 확보해놓으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어 이같은 출마를 막을 제도적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며 "형이 확정될 경우 정치 활동에 지장을 줄 수 있어 국민들에게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정치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법리적 문제와는 달리 봐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헌재 연구관 출신 변호사는 "국민 정서상 문제는 있을 수 있다"며 "법과 제도 기본 취지에 비춰보면 문제가 없다. 조 전 장관 예 하나로 비례대표제 국회의원 선거제도의 의미 자체를 퇴색시킬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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