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그러면 안 됩니다"…서울행정법원장 첫 직접 재판


조희대 대법원장표 '재판지연 해결책'
"행정소송, 형사와 달라" 의미 설명도
법원 "효율적 사건 관리·충실한 재판 기대"

장기 미제 사건의 신속한 해결을 위해 법원장이 직접 법정에 나섰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정채영 기자] "피고는 대한민국인데 유불리가 어딨습니까. 대한민국 소송 수행자가 그런 소리 하면 안 돼요." (김국현 서울행정법원장)

장기 미제 사건의 신속한 해결을 위해 법원장이 직접 재판장 자리에 앉았다.

18일 오후 2시 김국현 서울행정법원장이 재판장을 맡는 행정9부가 14건의 장기 미제 사건 변론 기일을 진행했다.

지난 해 조희대 대법원장은 법원재판지연 해소 방안의 해결책으로 원장에게 장기 미제 사건을 맡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각급 법원장들이 본격적으로 법정에 나왔다.

김 원장과 박형순 서울북부지법원장은 이날 재판을 진행했다. 김세윤 수원지법원장에 이어 두번째다.

재판 시작 전 김 원장은 "판사는 재판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소회를 밝혔다.

또 "적체된 장기 미제 사건을 담당하고 처리하면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법원장으로서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다행"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김 원장은 이날 정부를 상대로 미지급 급여를 청구하는 소송과 서울시교육감을 상대로 한 초등학교 교사의 정직 취소 소송, 파면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대학교수의 소송 등 14건의 행정 소송 변론 기일을 열었다.

급여미지급 소송 변론 중 양측은 지연이자를 지급하는 비율에 구체적 규율이 있는지를 두고 다퉜다. 이자를 정하는 규율이 있는지 묻는 김 원장의 말에 정부 측 대리인은 "유불리를 섣불리 말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그러자 김 원장은 "피고는 대한민국인데 유불리가 어딨느냐"며 "법이 정한 대로 해야지 대한민국 소송 수행자가 그런 소리 하면 안 된다"고 "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 민형사 사건과 달리 정부를 상대로 한 행정소송은 국가의 유불리를 따져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재판 시작 전 김국현 서울행정법원장은 법원장으로서는 제가 처음으로 재판하는 것 같다며 판사는 재판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소회를 밝혔다./더팩트 DB

이어진 정직처분 취소 소송 변론 과정에서 김 원장은 행정소송의 의미를 설명하기도 했다. 2019년 12월 제기된 이 사건은 원고인 초등학교 교사 A 씨가 아동학대범죄처벌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면서 공전하고 있었다.

최근 대법원에서 "학부모가 아동학대를 의심해 아이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몰래 교사의 발언을 녹음했다면 녹음 파일은 증거로 쓸 수 없다"는 취지의 판단이 나오자 행정소송도 재개됐다. 원고 측은 녹음 파일, 녹취록 등의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 문제 된 사건이기 때문에 형사 사건의 결론을 기다렸다.

그러나 김 원장은 "행정소송은 행정청에서 한 판단이 제대로 된 판단인지 적법성과 위법성 여부를 따진다"며 "형사는 형사대로 행정은 행정대로 진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내달 15일 양측의 입장을 정리하는 기일이 다시 열릴 예정이다.

김 법원장의 뒤를 이어 윤준 서울고법원장과 김정중 서울중앙지법원장도 직접 재판을 시작한다. 윤 원장은 대법원 파기환송 민사사건을, 김정중 원장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서 정한 자동차 등 운행 및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사건과 채무부존재 사건의 재판을 각각 맡는다.

법원 관계자는 "행정 경험이 풍부한 법원장이 복잡하고 어려운 장기 미제 사건을 전담해 처리함으로써 각 재판부의 효율적인 사건 관리가 가능해질 것"이라며 "법원 전체적으로 더욱 신속하고 충실한 재판을 위해 노력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chae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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