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병의원 노동자 4명 중 1명, 병원장에 '갑질' 경험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돼야"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파업 하면서 병원에 남은 간호사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사진은 해당 기사와 연관 없음. /더팩트DB

[더팩트ㅣ세종=박은평 기자] #. 5인 미만 의원에서 일합니다. 원장님이 갑자기 상여금을 없애고 임금을 동결했습니다. 성과를 못 낸다고 다른 직원들 앞에서 비난했고, 자진 퇴사를 권유했습니다. 제가 퇴사를 거부하자 온갖 잡일을 시키고 폭언을 퍼부었습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신고조차 하지 못하나요?

병원 노동자 4명 중 1명이 병원장으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시민단체 분석 결과가 나왔다.

18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간호사·간호조무사·물리치료사 등 병원 노동자들에게 받은 제보 62건을 분석한 결과 직장내 괴롭힘·성희롱이 66.1%(41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임금(33.9%), 징계·해고(11.3%) 순이었다.

중소 병의원의 노동자들에게 갑질을 하는 사람은 상사가 27명(64.3%)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사용자(원장)가 23.8%였다. 작은 규모의 병의원 특성상 병원 노동자 4명 중 1명이 원장으로부터 갑질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것이다.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업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4~11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직장 내 괴롭힘' 설문조사에서도 직장인의 27.3%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는데,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은 29.5%로 평균보다 높았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다른 업종에 비해 폭행·폭언(15.9%), 모욕·명예훼손(19.3%), 따돌림·차별(13.6%)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직장갑질119는 "작은 규모의 병의원과 사회복지시설에서 원장이 가진 제어하기 어려운 막대한 권력이 폭언, 모욕, 따돌림 등 병원 갑질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봤다. 이어 "의사들처럼 권력을 갖지 못하고 대학병원 간호사처럼 노동조합에 가입하기 어려운 중소 병의원 노동자들은 의사·수간호사·관리자의 갑질에 노출돼있다"며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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